밀키우롱을 처음 마셨을 때 나는 열대과일향 가미 녹차일 거라 착각했다가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다. 수업 끝에 선생님이 나눠주신 덕에 이 차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다. 풍부한 버터향과 우유향의 우롱차라 소개되지만, 나는 과연 두 향을 분명하게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향료가 들어간 차일 것이라고 여겼으나 원재료를 보니 대만산 우롱차 100%였다. 향료나 부재료를 단 1%도 쓰지 않은 순수 찻잎만으로 특정 품종의 성질과 정교한 부분 산화로 크리미한 향을 낸다는 뜻이었다.
오늘의 복습 자리를 돕는 녀석은 웨지우드 콜럼비아 세이지 그린 리잔이다. 최근 들인 빈티지 찻잔으로 고풍스러운 고려청자 빛에 황금색 그리폰과 꽃들이 절제된 화려함을 보여준다. 패턴 중 고가 라인이라 피오니 잔으로 사고 싶었으나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리잔으로 타협했다. 차를 가장 맛있게 우리려면 패키지의 공식 가이드를 따라야 한다. 티백 1개(2.5g) 물 150~200ml에 95도에서 2~3분으로 설정했다. 나는 아기입맛이라 떫거나 쓴맛을 아직 즐길 수 없어서 200ml에 2분으로 우렸다. 티백의 소재는 프리미엄 티답게 미세플라스틱 걱정 없는 사탕수수 유래 PLA다.
건엽을 관찰해 보니 찻잎들이 아주 동글동글 말려 있었다. 아만프리미엄티는 티백과 잎차의 입자 크기가 동일하다고 참고한다. 진주알처럼 말려 있는 티백들은 뜨거운 물이 닿으면 펴지며 향이 날아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실리콘 뚜껑으로 덮었다. 우릴 때 사용할 구글 타이머가 어쩐지 멋지게 느껴졌다. 실리콘 뚜껑을 열어 안을 보니 찻잎이 펴진 모습이 선명했고 엽저의 싱그러움이 한 번 더 우려먹고 싶게 했다.
수색은 노란빛이 감도는 연두색으로 투명도가 높다. 이날 흐린 날씨 탓인지 영상이 어둡게 찍혔다고 생각한다. 한 모금 머금자 굉장히 버터리하고 부드러운 과일 향이 먼저 올라오고 코끝으로 달콤한 향이 파고든다. 2분 우린 덕인지 쓴맛과 수렴성은 거의 없다시피 깔끔했다. 입안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얇게 바른 듯 부드럽고 미끈한 식감에 크리미한 바디감이 느껴진다. 차 잎 외에는 당류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달달한 맛이 은은히 남아 있다.
우유나 버터의 향 때문인지 포만감이 다소 있는 편이다. 한 잔을 다 마신 뒤 식욕이 다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고, 튀긴 음식이나 기름진 야식을 잠시 멈추는 용도로도 어울렸다. 이 차가 왜 밀키우롱인지 이해가 갔고, 우유 세 방울 버터 한 조각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움 때문인 듯하다. 다만 파파야나 망고 같은 열대과일향이 함께 난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카페인은 티백 하나당 약 20~40mg으로,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오전이나 낮에 마시는 것이 좋다. 차가 자극적이지 않고 속쓰림 없이 편안하게 돌아가 우롱차 입문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이 차의 자연 원물 고유 힘으로 이 정도의 크리미함을 낸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티소믈리에 1주차 복습의 일부를 마무리했고, 언젠가 중국 운남녹차나 일본 센차의 쌉싸름함까지 즐길 수 있는 성숙한 입맛을 갖고 싶다.
#
밀키우롱
#
아만프리미엄티
#
아만프리미엄티밀키우롱
#
우롱차
#
웨지우드
#
찻자리
#
찻잔
#
티타임
#
홈카페
원문 링크 : 아만프리미엄티 밀키우롱 솔직리뷰 가향 없는 버터향 대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