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잊은 줄 알았는데,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떤 장면은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인생 영화를 묻는다면 늘 주저 없이 이터널 선샤인을 떠올린다. 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언젠가부터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고 해부하고 있었다.
기억이 지워지는 구조, 어긋난 시간의 배열, 장면과 장면 사이에 숨겨진 기교들. 감정이 닿기도 전에 의미를 분해하고, 마음이 흔들리기 전에 장치를 해석했다.
영화는 차가운 대상이 되었고, 나는 스스로를 안전한 관찰자의 자리에 두었다. 오늘도 그럴 줄 알았다, 스크린 앞에 서기 전까지는.
그러나 불이 꺼지고 화면이 켜지는 순간, 내가 쥐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놓였다. 장치를 세려던 손이 멈추고, 거리를 재던 마음이 풀렸다.
나는 이야기 속으로 밀려 들어갔다.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먼저 느끼는 쪽을 택한 채,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긴 관객으로 남았다.
기억이 지워지는 장면 앞에서, 나는 더 이상 해설자가 아니었다. ...
원문 링크 : 잊는 법 대신 잘 남기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