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학기가 생각보다 엄청 바빴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유럽 학교에서 박사 1년 차가 제일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 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전체 흐름은 먼저 Methodology 수업을 듣고 합격하면 Public presentation에서 6명의 교수로 구성된 committee 앞에서 논문 주제를 발표해 만장일치로 Supervision agreement를 받는 방식이다. Public presentation에는 expose라 불리는 박사 논문 프로포절도 함께 제출해야 하고 1년 차에 다 끝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독일권이나 유럽 대륙의 형태를 닮아 있다. 반면 영국은 영어권이면서도 연구 자체에 더 집중하는 편인데, 역시 1년 차 논문 발표가 핵심이다. 영국으로 박사 진학하려면Methodology 수업과 피드백은 석사 때 이미 마쳐야 하고, 프로그램은 매우 빠르고 압축적이다. 외부 배경이 있더라도 석사 수업 청강으로 보완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석사 때 이미 완성본 프로포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박사 프로포절을 진행한다. 영국으로 석박사를 가려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야 하고, 한국에서 석사만 마친 학생들은 다시 석사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내 생각에도 영국이나 미국이 우리나라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석사와 박사가 거의 구분 없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진짜 영국 박사를 하려면 미리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학교를 옮겨도 석사 지도 교수의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나는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영국 박사는 꿈에서 멀다고 판단했고, 석사 과정에서 듣고 싶은 것만 들었지만 결국 오스트리아에서 박사를 시작했다. 더 현명하고 계획적으로 살았더라면 더 정돈된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남는다.
실제로 박사 과정에 들어와 보니 1년 동안 프로포절을 다듬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특히 Literature review와 기초 프로포절을 만드는 과정이 애를 먹었다. 돌아보면 지도 교수님은 엉성한 내 프로포절을 보고 나를 뽑으실 생각을 하셨을지 모른다. Literature review는 빈 공간이 많고 목차도 교과서적 키워드에 기대는 부분이 많았다. 다른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을 때 회신이 없던 것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박사 과정의 첫 수업인 Methodology 수업은 expose의 기초가 되는 5페이지 요약본을 만드는 것이다. 내 요약본에 대해 Michael Weibel 교수님이 보내주신 피드백은 1페이지가 넘는 양으로 남몰래 남겨두고 싶은 정도였다. 그 피드백을 반영해 Public presentation을 준비해야 했다. Course work에 해당하는 Applicable law 수업은 피드백을 받지 못했지만, Indigenous peoples 수업 피드백은 왔다. 목표였던 1은 얻지 못했지만 당당히 2와 2+를 받았다. 2월 말에 두 번째 학기의 공식 마감을 알리는 에세이를 제출했고, 그날은 두고두고 기쁘게 떠올릴 간장게장을 먹으러 다녀왔다. 이제 남은 일은 박사 논문 expose를 다듬는 것. 힘내서 파이팅!
원문 링크 : 13. 두 번째 학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