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가장 슬픈 이름으로 불리는 단종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이목을 끌며 더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 글은 단종의 길지 않은 생애를 통해 한 사람 이홍위의 마음과 고뇌, 꿈꾸던 것들을 함께 느끼려는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인지가 집현전 학사로서 할아버지의 신임을 얻어 좌참찬과 공조판서를 거쳐 병조판서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충신의 면모를 보여 주지만, 임금의 자리에서 다가오는 고충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임금이 열두 살에 왕권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명나라에 보낼 사은사를 둘러싼 신하들의 반응은 내부의 연대와 편가름의 긴장을 드러낸다. 수양대군의 파고들어오는 영향력 속에서 정인지는 수양대군 편에 서려 하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임금의 입장은 더욱 고독하고 불안하게 다가온다.
임금의 자리를 지키려 애를 쓸수록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와 가족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은 점차 버거움으로 다가온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내려놓기로 결심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마지막 밤에 나눈 대화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미안하오, 참으로 미안하오”라는 고백은 왕으로서의 고뇌를 넘어선 인간적 연민과 책임의 무게를 드러낸다. 무게를 벗어던지려는 몸짓은 곧 단종이 견뎌야 했던 운명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비춘다. 왕의 자리를 넘어 누군가의 희생과 죽음을 바라보아야 했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하게 한다.
단종의 최후 역시 비극으로 남는다. 열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 관아에서는 시신을 차가운 동강에 버리려 했고, 시종과 궁녀들은 임금의 뒤를 따르는 길을 택했다. 삼족을 멸한다는 엄명 앞에서도 옳은 일을 하려 한 엄흥도와 함께 단종의 시신을 거두려 한 이들의 의리가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는다. 이 이야기는 한 나라의 왕자이자 한 사람으로서의 단종이 겪은 고통과 충성,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애틋한 기억을 통해 역사 속의 슬픔을 되짚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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