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양재동 옛 한국화물터미널 부지의 개발난관과 법적 쟁점을 따라가며, 지금 벌어지는 인지사용청구권 소송의 핵심을 정리합니다. 하림산업이 4525억 원에 매입한 이 땅에 지상 58층 규모의 복합물류단지를짓겠다는 계획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멈춰 선 이유는, 인접 토지 소유자와의 지하 굴착 공사에서 필요한 어스앙카 공법이 불가피하게 인접 토지의 지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민법 제216조 제1항의 인지사용청구권이 작동하고, 1심 법원은 피고 토지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한보 일가의 항소로 다툼은 진행 중이며, 이번 분쟁의 핵심은 결국 불가피성의 여부, 원상회복의 완전성, 손해 보상의 범위에 모아집니다.
인지사용청구권은 이웃 땅의 잠시 사용을 허용하는 권리로, 손해는 최소화하는 방법과 범위로 한정됩니다. 이때 공법 선택은 단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인접 토지에 미치는 영향의 최소화 여부와 직결됩니다. 어스앙카는 지하에 강선을 삽입하고 그라우팅으로 굴착 벽체를 지지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시공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공사가 끝나도 잔존하는 콘크리트 등으로 원상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안으로 버팀대, 역타, CIP 공법 등이 있으나 각각 장단점과 비용 차이가 큽니다. 따라서 어느 공법을 채택하느냐는 법적 기준과 손해 최소화를 함께 고려하는 실무적 문제입니다.
하림 측의 발언은 아이러니합니다. 소송에서 인지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가도 언론 인터뷰에서는 다른 공법으로도 가능하다고 밝히며 착공 일정만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어, 항소심에서 불가피성의 진정성에 대한 논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굴토 심의는 착공 전 마지막 관문으로, 공법의 적정성과 인접 토지 영향에 대한 재심의가 나올 수 있어 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이미 굴토 심의에서 재심의 가능성이 등장한 만큼, 항소심의 결과가 향후 심의 절차에 큰 변수를 제공하게 됩니다.
실무적으로 개발사업자 입장에서는 인접 토지와의 협의를 선행하고, 인지사용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보상 문제를 미리 검토해 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인접 토지 소유자는 손해가 발생하는 범위와 보상 항목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원상회복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합니다. 이 사례는 대형 개발사업에서 인접 권리와 개발 이익의 균형이 어떻게 법적으로 규율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며, 항소심의 결론이 향후 유사한 현장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