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감리자다. 현장 안전의 마지막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존재로, 위험 요소를 발견하면 시정 요청하고 필요 시 공사 중지를 지시한다. 광주 학동 참사와 서울 잠원동 붕괴 사고를 통해 확인된 것은, 판단이 늦어지면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작업자와 시민 모두에게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안전 시스템의 방향성에 논란이 커졌다. 행정 효율화를 내세우며 해체공사감리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비용 관리나 공정 단축을 우선하는 구조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CM 수행자를 해체공사감리자로 우선 지정 가능하게 하고, 여러 건축물의 해제 허가를 한 번에 신청하도록 하며, 동일한 감리자가 여러 현장을 동시에 맡도록 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관리 편의성과 속도 개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체 감리는 단순한 확인 업무가 아니며, 현장의 안전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판단 권한을 가진다. 공정과 비용을 관리하는 CM과 멈춤을 지시하는 감리의 역할이 하나의 조직 안에서 충돌할 위험이 크다. 현장 압박과 이해관계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감리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또한 동일 감리자의 다중 현장 지정은 밀도 있는 관리가 떨어질 수 있어 현장 대응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시장 구조의 변화다. 현재는 해체 감리가 공개 명부 기반으로 배정되지만, CM이 감리까지 맡으면 대형 CM 사의 독점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업역 갈등을 넘어 안전 관리의 공공성 확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해체공사는 사고 발생 시 큰 피해로 이어지므로, 효율성 추구가 안전 시스템의 약화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판단이 핵심이다. 광주 학동 참사 이후 배운 교훈은 명확하다. 해체공사는 독립적인 감리와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 점을 현재의 개정안이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안전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남은 물음은 “행정 효율화를 위해 안전 시스템의 일부를 약화시키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로 모인다. 누가 위험을 통제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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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 안전보다 효율이 우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