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어느 날 오후. 나이가 지긋하게 든, 아마도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그 땅에 존재하기도 전에 이 동네에 살았을 법 한 할머니가 길을 건넌다.
횡단보도가 없는 6차선 도로이다. 할머니는 왼쪽을 한 본 흘깃 보고 차도를 건너기 시작한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길을 건너는 속도 역시 더디다.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내딘다.
양손에는 한 눈에 봐도 무거워 보이는 짐이 한가득이다. 마침내 주황색 선이 밟힌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린다. 차가 지나가자 잠시 멈춘다.
자동차들도 할머니에게 도로의 주도권을 양보할 생각은 없어보인다. 그곳에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할 뿐더러 멈춰주어야 할 필요도 없다.
빨간색이 보이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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