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나는 서른 살쯤 개명을 했다. 흔한 이름일지언정, 여성스러운 이름을 가진 사촌들이 늘 부러웠다.
초등학생 때였나, 수업 중에 담임 휴대전화가 울렸다. "네?
OOO(내 이름)은 남학생이 아니라 여학생인데요."라는 그 한 마디 때문에 쉬는 시간에 놀림을 받았다.
그 이후로 내 이름이 평범한 '여자'이름은 아닌 걸 깨달았고, 누군가 내 이름을 물어볼 때면 항상 소리가 작아지곤 했다. 중학생쯤부터 개명을 하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지어준 귀한 이름이라 하여 엄마가 개명을 반대했다.
그 귀한 이름 때문에 딸이 스트레스 받는지도 모르고.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네가 쓸 이름인데, 왜 허락을 못 구해서 안달이야? 네 인생이잖아."
헐. 그러게.
이제껏 모든 일을 내 맘대로 처리하다가 왜 이름 앞에서는 엄마의 허락을 꼭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서른'이라는 의미에 취해 개명을 결정했다.
결과는 대만족. 개명 후에 세탁소에 갔는데, 아저씨가 예약자 이름을 한 번에 알아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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