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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회귀록 (夢幻回歸錄): 달을 베어 시간을 걷다 제5장. 검은 안개가 스민 자리

 몽환회귀록 (夢幻回歸錄): 달을 베어 시간을 걷다    제5장. 검은 안개가 스민 자리

몽환회귀록 (夢幻回歸錄): 달을 베어 시간을 걷다 제5장. 검은 안개가 스민 자리 밤의 장막이 몽연계(夢緣界)를 덮었으나, 하늘에 걸린 두 개의 달은 여전히 기이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선명한 실월(實月)은 차가운 은빛을, 수면 위에 비친 듯 흐릿한 허월(虛月)은 몽롱한 자색 빛을 대지에 흩뿌렸다. 그 두 빛이 교차하는 지점, 청운곡(靑雲谷)의 입구에 서은한은 서 있었다.

보통 때라면 산새들의 잠꼬대와 풀벌레의 연주가 가득해야 할 계곡이었다. 허나 지금 이곳을 채우고 있는 것은 숨 막히는 정적, 그리고 발목을 휘감아 오르는 끈적한 안개뿐이었다.

'……이 냄새.' 은한의 미간이 좁혀졌다.

코끝을 스치는 것은 비에 젖은 흙내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된 서책이 불에 탈 때 나는 매캐함이자, 썩어 문드러진 기억이 풍기는 비릿함이었다.

전생(前生)의 마지막, 세상이 무너져 내리던 날 맡았던 '멸망의 향기'. 그것이 지금, 예정보다 20년이나 앞서 이곳에서 피어오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