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회귀록 (夢幻回歸錄): 달을 베어 시간을 걷다 제2장. 흩날리는 꽃잎에 검을 숨기고 몽연계(夢緣界)의 새벽은 이승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질감을 지닌다.
하늘 한쪽에는 아직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반투명의 ‘허월(虛月)’이 걸려 있고, 동쪽 산등성이 너머로는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기묘하게 뒤섞이는 시각. 땅에서 피어오른 영롱한 안개, ‘몽무(夢霧)’가 서가(徐家) 장원의 기와지붕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었다.
서은한은 연무장 구석, 늙은 벚나무 아래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허공을 떠다니는 먼지 한 톨, 안개 속에 스러지는 빛의 입자 하나하나를 쫓고 있었다. 20년 전, 아니, 그에게는 어제와도 같은 멸망의 날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다시, 봄이구나.'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서 비릿한 핏물 냄새가 아닌, 젖은 흙내음과 꽃향기가 났다.
은한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굳은살 하나 없이 매끄러운 십 대 소년의 손.
그러나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