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 문학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천선란 작가는 『천 개의 파랑』을 통해 기계와 동물의 교감을 그리며 우리에게 오열에 가까운 감동을 선사한 바 있습니다. 그런 그가 2025년 새롭게 선보인 연작 소설집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는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다소 거칠고 차가운 소재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좀비물처럼 물리지 않기 위해 냅다 도망치거나 처절하게 생존을 구걸하는 자극적인 스릴러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가 되었을 때, 나만 홀로 남겨진 고독 속에서 그가 누구인지 잊지 않으려는 인간의 숭고한 저항과 애틋한 그리움을 천선란 특유의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집은 총 3부로 구성된 연작 소설로, 좀비라는 재난이 휩쓸고 간 세상을 공유하는 세 화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 속 좀비가 단순히 제거해야 할 '괴물'로 묘사된다면, 이 책 안에서의 좀비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