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만 해도 등판하면 무조건 이기는 줄 알았죠.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조병현의 평균자책점은 0.87이었습니다. 리그 최고의 철벽 마무리였죠. 하지만 5월 31일 기준, 제 구원 역할을 맡은 제 몸상태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5월의 ERA가 6.75로 폭등했고, 팀의 12연패 기간에 방어율은 16.20까지 치솟았습니다. 어제도 8회말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불을 끄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국가대표 클로저로서의 제 존재감이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30세이브와 방어율 1.60으로 뒷문을 꽉 걸어 잠갔고, WBC 무대에서도 배짱은 흔들림 없었습니다. 4월까지의 퍼포먼스는 정말로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9경기에서 1승 4세이브를 기록했고 구위에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5월 초반 5경기에서도 1세이브 방어율 0.00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5월 15일 LG 트윈스전이 제 운명의 분기점이 되었고,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한 뒤 제 릴리스 포인트가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고척 원정이 결정타였고 5월 19일과 2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김웅빈에게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KBO 역사상 최초의 동일 투수·동일 타자에 의한 이틀 연속 끝내기 허용이라는 굴욕을 남겼습니다.
4월 기록과 5월 기록을 비교하면 월간 방어율은 0.87에서 6.75로 급격히 흔들렸고, 세이브 수는 4개에서 1개로 줄었습니다. 이 엄청난 심리적 타격은 제 멘탈을 집요하게 갉아먹었습니다. 마무리 투수라는 직무 특성상 한 번의 치명적 블론세이브는 연쇄적인 투구 폼 붕괴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4월의 잠깐의 숨 고르기를 지나 5월 말 KIA전 무실점으로 살아나는 듯했지만 27일 삼성전에선 2/3이닝 동안 3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완전히 균형을 잃었습니다. 이 상황은 제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불펜 전체가 겪고 있는 붕괴의 증거였습니다. 베테랑 노경은의 방어율은 14.73, 한두솔은 21.00까지 치솟았고, 외국인 선발들의 부진까지 겹치며 불펜의 과부하가 지속되었습니다.
5월 31일 한화전에서 8회말 무사 1, 3루의 최악의 위기로 다시 제게 기회가 주어졌지만 끝내 승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노시환과 김태연, 심우준의 결정타는 제 구위로는 막기 어렵다는 현실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숭용 감독의 변함없는 신뢰에도 불구하고 제 현 상태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4월 ERA 0.87과 5월 ERA 6.75의 차이는 제 멘탈 싸움이 얼마나 큰지 보여줍니다.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의 악몽에서 벗어나 제 직구를 다시 믿어야만 합니다. 제 흔들림이 곧 SSG 랜더스의 가을야구를 좌우합니다. 선발진이 무너진 현재 상황에서 뒷문을 책임질 선수는 저뿐이고, 6월의 반등 여부가 남은 시즌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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