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엄지발가락 처럼 생긴 악마 혜원이 프롤로그 ― 혜원이는 자신의 얼굴을 미워한 적이 없다. 대신, 조금 귀찮아하긴 했다.
가만히 있어도 화난 것 같고, 웃으면 더 수상해 보이고, 눈을 가늘게 뜨면 누군가를 저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눈매는 날카롭고, 입꼬리는 기본값이 삐딱하며, 몸은 통통한데 위는 둥글고 아래는 넓다.
전체 실루엣이 묘하게 엄지발가락을 닮았다. 그래서 별명이 생겼다.
엄지. 아니, 정확히는 ‘엄지발가락’.
처음 들었을 때는 당연히 짜증났다. “야, 왜 하필 발가락이냐.”
그랬더니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제일 중요한 거잖아.”
혜원이는 그 말을 곱씹었다. 넘어질 때 마지막까지 버티는 게 엄지고, 균형 잡는 것도 엄지고, 앞으로 밀어내는 힘의 시작도 엄지다.
그날 이후, 혜원이는 그 별명을 자기 걸로 만들었다. “그래, 나 엄지다.
넘어지기 직전까지 버티는 쪽.” 문제는 얼굴이 계속 사탄처럼 생겼다는 점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오해했다. “혜원아, 화났니?”...
원문 링크 : [0. 프롤로그]엄지처럼 생긴 악마, 혜원이의 판타지 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