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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줄거리 후기

 김초엽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줄거리 후기

작년 가을 김초엽의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은 독자가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떠올리며, 수록작 가운데 하나를 다시 떠올려 본다. 이 책은 읽기 부담 없는 입문작으로 자주 거론되며, 미래를 배경으로 하되 우주 모험보다 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단편 모음이다. 7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각기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고 한 편당 분량이 짧아도 한 편의 결말은 비교적 명확하고 열린 결말의 갑갑함이 없다. 2019년 발간 이후 작가는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2023년 중국성운상에서도 수상하는 등 작가의 입지는 넓어졌다.

수록작 중 첫 번째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다. 미래의 어느 행성에서 인류의 일부가 어른이 되면 지구로 돌아오는 성인식인 순례식을 거행하는 설정이다. 마을로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의 이유를 궁금해 하던 주인공 데이지가 금서를 파헤치며 비밀을 알아가는 이야기로, 사회의 불완전함 속에서 평등한 사회를 꿈꾸던 마을의 배경과 갈등이 드러난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차별을 벗어나려 하는 사회에서도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성찰하게 된다.

또한 표제가 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행성 간 워프가 대중화된 시점에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장거리 노선을 정비하는 공무원의 이야기를 통해 정류장 제거를 둘러싼 갈등을 다룬다. 노인은 과거 가족과 함께 지구를 떠나려 했으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우주 운행이 중지되고, 언젠간 재개될 것을 믿고 정류장을 지키려 한다. 이와 병렬적으로 다른 이야기들 역시 기술 발전과 인간성의 관계를 탐구하며, 인간의 자유와 자멸 가능성 사이의 긴장을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 놓는다.

전반적으로 7편의 소재는 각각 흥미롭고 분량도 부담 없으며, 기술이 인간을 자유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정신적 성장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처럼, 지금의 속도에서 벗어나기보다 그 속도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단편들은 꿋꿋이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따뜻한 마무리를 건넨다. 입문작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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