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생활에 조금 익숙해졌을 무렵이었다. 복도 창문으로 오후 햇빛이 길게 들어오던 날, 옆 호실 언니가 내 옆에 조용히 앉아 말을 걸었다.
“너 처음 왔을 때 기억나?” 나는 물을 마시다 말고 가만히 언니를 바라봤다.
언니는 웃고 있었지만, 표정 어딘가에는 조심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너 그때 자기가 다섯 살이라고 했었잖아.”
기억은 선명했다. 그 시기의 나는, 이상할 만큼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무너진 마음이 만들어낸 또 다른 형태의 도피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갑자기 말투가 변했고, “다섯 살이예요.”
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표정도 아이처럼 따라 했고, 목소리도 일부러 높였다.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 올린 채, 병동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지금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묘한 감각이 남아 있다.
나는 분명 내 몸 안에 있었는데, 동시에 어딘가에 갇힌 채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 같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는데도, 그 말을 멈추게 할 주도권은 없었다.
조증이 올라오...
원문 링크 : 나는 다섯 살이 되었다 : 위태롭게 흔들리던 나를 읽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