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제26회 서울 퀴어 퍼레이드 현장의 감동은 길 한복판에서 이뤄진 특별한 만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낯선 두 사람이 5초간 꼭 안은 뒤 말없이 서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고, 무지개 조끼에는 ‘성소수자 부모 모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온 어머니의 마음이 전해지며, “우리 애랑 비슷한 나이인데, 자기가 레즈비언인 걸 10년 동안 말을 못 했대요. 엄마한테.”라는 이야기와 함께 다가온 포옹은 세대와 사회적 거리감을 넘는 위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젊은 세대의 통찰과 어머니의 용기가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대가 다른 교육 환경에 대한 고백도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인권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요.” “차이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어요.” “조금이라도 규격에서 어긋나면 딱, 딱, 쳐내는 교육만 받아왔어요.” 국민교육헌장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솔직한 고백은 현장의 진한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어머니의 딸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민을 시작해 24세가 되어서야 커밍아웃했습니다. 10년 넘게 주저했던 시간은 아이가 신호를 보냈지만 받아들이지 못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행진 코스는 종각역에서 출발해 명동, 서울시청 앞, 을지로 입구역으로 이어졌고 부스는 70여 개가 설치되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의 중앙행정기관 최초 참여가 눈에 띄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 논란으로 불참했으나 직원들로 구성된 앨라이 모임이 대신 참여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프리허그의 깊은 의미가 강조되었고 어머니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적어도 일 년 중 오늘 하루, 이곳에선 모두가 안전하잖아요”라는 말로 소개되었습니다. “주눅 들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라”는 당부가 거듭 전달되었습니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도 마련되었습니다. 프리허그를 주고받는 이들 사이에는 서로를 격려하는 힘이 생겼고, 성소수자 인권뿐 아니라 노동자 인권과의 연대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500일 고공농성, 세종호텔의 100일 농성, 한화오션의 90일 농성처럼 다양한 연대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함께 전해졌습니다. “차별은 소수자들이 없애온 것”이라는 사회자의 말이 무대에 울려 퍼지며, 세대를 넘어서는 이해와 사랑의 메시지가 더욱 힘있게 남았습니다.
마무리하며 현장을 둘러싼 르포는 한 가지를 남깁니다. 세대를 넘나드는 이해와 사랑이 깊어질수록 “당신이 제일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가까이 다가왔고, 사회 변화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확신이 남았습니다. 아직 갈 길은 남아 있지만, 오늘의 변화가 내일의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분명히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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