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도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었다. 5월 말부터 하늘이 어수선하게 바뀌더니 6월로 접어들며 스콜성 소나기가 잦아들지 않는 현상이 반복된다. 더위가 한풀 꺾인 듯 시원한 빗줄기가 대지를 적시고, 흐린 하늘 아래 뿌연 빗소리와 함께 바람까지 선선해진 날씨가 일상에 스며든다. 반갑게 다가온 비는 건기를 지나며 체감 온도를 낮추고 타는 듯한 더위의 압박을 덜어준다.
그러나 단비 뒤의 공기는 더 무거워진다. 필리핀의 우기와 장마는 단순히 더위를 식혀주는 계절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이 드러난다. 배수 시설이 부족한 빈민가 동네는 스콜만 와도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고, 지붕이 얇은 판잣집은 비가 새거나 강풍에 흔들릴 걱정을 견뎌야 한다. 빗속에서 젖은 몸을 움츠리며 물이 빠지길 바라던 순간들이 마음 한켠에 자리한다.
자연의 순리대로 찾아온 계절 변화에 막을 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 남는다. 올해 우기에는 얄미운 태풍이나 심각한 홍수 피해 없이,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시고 더위를 식혀주는 선의의 빗방울이 내리길 바라는 바람이 커진다. 현지에 머무는 교민들뿐 아니라 6월 필리핀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도 외출 시 우산 하나를 챙기라는 조언이 필요하다. 변덕스러운 스콜성 날씨에 감기 조심과 건강 관리가 우선이며, 빗방울의 서늘함을 무탈하고 평온한 한 달에 담아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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