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한국 사회의 양극화 논의는 늘 익숙한 갈림길에 멈춰 섰다. 재벌, 신자유주의, 정치적 과오 등 내부의 ‘적’을 찾아 비판하는 흑백논리가 담론을 지배해왔다.
최병천의 <좋은 불평등>은 바로 그 익숙함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진보 정책 전문가인 저자는, 자신이 몸담았던 진영의 통념이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 책은 감정적 호소 대신 방대한 데이터라는 단단한 무기를 통해, '누구를 탓할 것인가'라는 소모적 논쟁에서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라는 미래 지향적 질문으로 나아가게 한다. 사회 격차는 1997년이 아닌 '1994년'에 시작되었다?
이 책의 가장 도발적인 주장은 한국의 격차 심화 기점이 통념인 1997년 외환위기가 아니라, 그보다 3년 앞선 1994년이라는 진단이다. 저자는 고용노동부의 장기 시계열 데이터를 통해, 1994년을 최저점으로 임금 격차가 뚜렷하게 증가하기 시작했음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1994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