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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렘 입숨의 책 | 무너진 세상 속 인간이 마주한 질문 | 구병모

 로렘 입숨의 책 | 무너진 세상 속 인간이 마주한 질문 | 구병모

‘로렘 입숨(Lorem ipsum)’은 본래 의미 없이 지면의 형태를 보여주기 위해 채워 넣는 무작위 더미 텍스트를 뜻한다. 고통 그 자체를 의미하는 라틴어 ‘dolorem ipsum’에서 파생된 이 단어의 어원은, 그 자체로 기묘한 질문을 던진다.

의미를 상실한 고통, 형태만 남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가치는 무엇인가. 구병모 작가의 미니픽션 13편을 엮은 소설집 『로렘 입숨의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파과』나 『위저드 베이커리』 등 전작에서도 소외된 존재를 통해 인간성의 이면을 탐구해왔으며, 이 소설집은 그 시선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확장시킨다. 이 책은 무너진 세상의 다양한 풍경을 펼쳐 보이며, 그 속에서 힘겹게 자신의 존엄을 증명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담히 비춘다.

무너진 세상, 그곳의 인간들 이 책이 그리는 세계는 대부분 파국이거나 붕괴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개인의 윤리가 무너져 내리는 <날아라, 오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