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 안정적인 가정, 괜찮은 평판을 얻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현대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짧은 분량이지만, 이 책이 던지는 충격은 묵직하다. 19세기 말 발표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성과주의와 타인의 시선에 갇혀 '번아웃'을 호소하는 21세기 현대인의 초상을 소름 끼치도록 정확하게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고등 법원 판사다.
그는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궤도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라온 인물이다. 적당히 속물적이고, 적당히 도덕적이며, 무엇보다 '품위'를 중시한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것은 거창한 비극이 아니었다. 새집을 꾸미기 위해 커튼을 달다가 옆구리를 삐끗한, 아주 사소한 사고였다.
병상에 누운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육체적 통증이 아니었다. 자신이 쌓아 올린 견고한 인생이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