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에서 겪은 일입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멀쩡한 나뭇가지를 뚝뚝 꺾고 휘두르며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나무가 훼손되는 건 둘째 치고, 지나가던 아이들이 뾰족한 가지에 찔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바로 옆 벤치에 앉은 보호자들은 서로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더군요.
순간 '저러면 안 되는데' 싶었지만, 부끄럽게도 저조차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이웃이라 얼굴 붉히기 껄끄러웠던 탓도 있지만, 솔직한 심정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요즘 같은 시국에 남의 자녀에게 쓴소리했다가 괜한 오해를 사거나 비난받을까 겁이 났던 것이죠. 결국 아이들을 제지하지 못하고 돌아선 그날, 저는 어른으로서 깊은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어쩌다 명백히 잘못된 행동을 보고도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비겁한 어른이 되었을까요? '금쪽같은 내새끼' 같은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이는 '다정한 육아의 역습'은, 어쩌면 존중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우리의 '우아한 방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