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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정호승 : 산산조각이 나도 살아갈 수 있을까

 산산조각, 정호승 : 산산조각이 나도 살아갈 수 있을까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도 살아갈 수 있을까 정호승의 시 〈산산조각〉을 읽다가 한 문장에서 멈췄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나는 늘 ‘멀쩡해져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괜찮아져야 하고, 회복해야 하고, 단단해져야 한다고. 
그런데 이 시는 그 반대처럼 말한다. 


부서진 채로도 살 수 있다고. 부처상이 깨지는 장면이 자꾸 내 삶 같았다 시 속 부처님은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다.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