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는 화려한 사건이 많은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조용한 편이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잘 보이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보게 된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되며 각자 다른 상처를 품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서로가 특별한 존재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어느 순간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사랑 이야기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는 자신의 외모로 세상으로부터 상처받고 누군가는 가족 때문에 깊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며 또 누군가는 삶의 방향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버틴다. 영화는 그런 이들에게 거창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고 대신 “그래도 누군가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조용히 건넨다.
그래서 이 작품은 로맨스 영화이면서 동시에 위로에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제목인 파반느 역시 느리고 장중한 춤곡을 뜻한다고 한다. 영화도 그 이름처럼 빠르게 흘러가지 않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사랑하며 천천히 서로를 이해해간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으나 마음이 지쳐 있거나 외롭거나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한 시기에 본다면 의외로 깊게 남는다.
파반느는 큰 소리로 울리는 영화가 아니고 늦은 밤 조용한 방 안에서 오래 울리는 음악 같은 작품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던 이와 사랑받고 싶었던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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