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울산지방법원 2015년 10월 21일 선고 2014가단31607 판결로, 배우자의 보험을 대신 가입해주며 선의로 자필서명을 한 대리 행위가 보험금 지급 거절로 돌아온 사례이다. 원고 A씨는 2013년 5월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여 질병사망 시 9,000만 원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했고, 당시 보험설계사 E씨의 권유로 남편의 서명을 대신해 직접 청약서에 자필서명을 했다. 남편은 1년 뒤 악성 흑색종으로 사망했고, 남은 가족들이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피보험자 본인의 서면 동의 없이는 상법 제731조에 따라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주위적 청구인 보험금 청구를 둘러싸고,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는 계약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처음부터 무효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보험금 지급 청구는 기각되었다. 다음으로 예비적 청구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선, 설계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핵심 이유로 지목됐다.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으면 보험금이 한 푼도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약자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원고가 대리 서명을 하도록 묵인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따라 설계사의 과실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책임의 정도에 대한 제한도 있다. 법원은 계약의 유효성 여부를 확인해야 할 책임이 계약자 본인에게도 있었다고 보아 보험사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그 결과 사망보험금 9,000만 원 중 원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약 3,857만 원의 60%인 2,314만 원의 지급이 확정되었다. 이와 같은 판단은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필요성, 설계사의 설명의무, 계약자의 주의 의무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원문 링크 : 계양 손해사정의 법리적인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