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온 세상을 훑고 지나간다. 들판의 밀밭을 흔드는 한낮의 미풍이든, 골목을 휩쓸고 가는 거센 돌풍이든, 흔들리는 것은 곧 바람이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바람은 분명 ‘거기’ 있으면서도 손에 쥘 수 없어, 잡으려 하면 이미 저 먼 곳으로 사라져버린다. 명성이란 것도 그렇다.
마치 바람과 같아서, 누구나 그 기척을 알고 갈망하지만, 정작 붙들려 하면 흔적 없이 흩어지는 허상 같은 것이다. 낯선 도시의 번화가에 들어선 이방인이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저마다 떠들썩하게 그를 맞이하며 그의 이름을 연호한다. 화려한 외투를 걸치고 군중의 환호 속에서 행진할 때, 그는 자신이 왕과도 같은 존재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정작 그 도시를 벗어나는 순간, 모든 열광과 찬사는 사그라들고, 그는 다시 무명의 나그네가 되어버린다. 명성은 본래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서 만들어지는 법.
그래서 그 시선이 거두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이 사라지고 만다. 명성에 매달...
원문 링크 : 바람 위에 새겨지는 이름, 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