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라들이 안락사 합법화를 주장하며 헌법에 보장된 자기결정권을 법적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안락사를 허용하면, 자기결정이 불가능한 사람들은 안락사의 혜택을 받기가 어렵게 된다. 반려동물의 안락사에 빗대어 보면, 반려동물은 자기결정에도 한계가 있고 그것을 인간에게 표현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반려동물의 자기결정권에 근거하여 안락사를 허용한다면 어느 반려동물도 안락사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난점은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안락사를 허용하면 참작할 사유가 없더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자기가 원한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자기가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허용하면 단순히 “살 만큼 살았다 더 이상 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도 안락사하게 될 수 있다. 이미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이러한 이유로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일반적으로 안락사의 주된 법적 근거로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안락사”보다는 “조력사망”이나 “조력존엄사”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자신이 판단하여 죽을 테니 도움만 제공해달라는 말이다. 판단이 어렵거나, 판단을 못하거나, 판단이 불가능한 사람들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버린다. 제3자가 법정 소송을 해서 그들을 위한 안락사의 허가를 받아내야 한다면 현실적 장벽은 더 커진다.
안락사의 혜택과 권리는 모든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스스로 안락사를 신청할 능력이 없고 전형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죽음 외에는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가족과 사회가 도움의 방법을 찾고 법적 체계가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이 요구되지만, 그 과정에서 낳게 되는 윤리적·사회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따라서 자기결정권의 절대적 확장만으로는 충분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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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권
원문 링크 : 제가 원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에 따른 죽음이 아니라, '안락사'일 뿐입니다. 제가 자기결정 능력을 상실했을 때는 가족과 사회가 잘 판단하여 안락사 시술을 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