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입안에서 굴려보면 이상한 맛이 난다.
희망과 의무, 설렘과 체념이 뒤섞인 24칸짜리 꾸러미.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이 꾸러미를 받아 들고, 정해진 길을 걷듯 하루를 살아낸다.
알람 소리에 떠밀려 몸을 일으키고, 텅 빈 속을 커피로 채우고, 익숙한 문을 나서는 일. 네모난 모니터 속에서 목적지를 잃은 스크롤과 의미를 알 수 없는 회의들.
수신음이 울릴 때마다 파편처럼 흩어지는 생각의 조각들. 정신을 차려보면 창밖은 이미 어둠에 잠겨 있고, 내 손에 들린 건 방전 직전의 배터리뿐이다.
하루의 끝, 모든 소음이 잠든 방에 홀로 누워 눈을 감으면, 소란했던 하루가 무성 영화처럼 재생된다. 나는 그 안에서 웃고, 말하고,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정작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저 시간을 꾸역꾸역 통과해 온 것은 아닐까. 닳아 없어진 하루라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진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그렇게 흘려보낸 것만 같던 시시한 오늘이, 실은 내 인생이라는 책의 한 페이...
원문 링크 : 오늘이라는 책에 꽂는 조용한 책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