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이 꺼진 것도 아닌데 세상이 멈춰있다. 정확히는 내 세상을 둘러싼 쇠붙이들이 그렇다.
앞차의 브레이크등이 눈을 피곤하게 찔러댄다. 빨간빛이 망막에 잔상으로 남아, 눈을 감아도 붉은 원이 어른거린다.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내 것이 아닌 시간으로 살았나. 모니터 속 빼곡한 일정과 쌓여가는 메일들.
의미를 따지기엔 너무 피곤했다. 그냥 해치웠다.
그저 해치웠을 뿐인데, 하루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건 거대한 주차장이 되어버린 도로다. 라디오에선 어제 들었던 노래가 똑같이 흘러나온다.
진행자는 과장된 톤으로 모두들 힘내라고 말하지만, 그 목소리는 차창을 뚫지 못하고 실내를 공허하게 맴돈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는 발목이 시큰하다.
의자를 뒤로 조금 더 젖혔다. 어차피 당분간은 이 자세 그대로일 테니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들 속에서,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서 이 길의 끝에 닿고 싶다고.
화려한 야경 따위는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저, 문을...
원문 링크 : 오늘 하루, 집으로 가는 길이 참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