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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봄 2023 : 단편소설 | 문학과 지성사

 소설보다 봄 2023 : 단편소설 | 문학과 지성사

언니. 저.

너무. 기.

대. 돼.

요. 멀리 떨어져 앉은 호경이 입 모양으로 내게 말했다.

그 말이 내 여행을 끝끝내 망치려 드는 불길한 주문처럼 느껴졌다. 오래전에 호경이 내게 준 그것을 베란다에 서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새하얀 캄보자꽃과 원숭이, 노을에 물든 논밭 같은 상투적인 그림들을 제쳐두고 그 애가 굳이 골라 내게 선물한 것. 아무런 맥락이 느껴지지않는, 텅 빈, 이해 불가능한 어떤 것.

그림을 받았을 때 아연함보다 불쾌감이 앞섰던 이유를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 강보라 > 오늘날 문화 자본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계급과 신분은 전보다 훨씬 복잡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계급 간 갈등이 그만큼 더 은밀해졌다는 느낌도 받고요.

제게는 이 것이 인종 차별이나 약자혐오 같은 이슈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와요.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음악을 듣는지, 어떤 영화를 보는지가 계급을 구분하는 중요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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