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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메트 (Hammamet) 기행, 북 아프리카 튀니지 튀니지는 북 아프리카 세 나라 중에서 거의 75년(1981~1956) 간 프랑스 식민지로 있었기에 공식어가 아랍어이긴 하나 많은 사람들이 불어를 안다. 75년간 이라고는 했지만 프랑스가 이 땅을 탐내기는 벌써 16세기부터 영국, 이태리와 함께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셈이다. 튀니지가 프랑스로 넘어갔던 것이 가장 억울했던 나라는 역시 이태리가 아닐까 생각되는 것은 시실리 섬에서 140km 밖에 되지 않는 아주 가까운 거리라는 점이다. 나는 튀니지에 대해서 벌써 오래전부터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가졌고, 여러 문화적인 면들을 알고 있었으나 번번이 기회를 놓치다가 더 늦기 전에 어렵게 기회를 만들었다. 하마메트는 지중해 연안의 작은 에메랄드..
이번 체류 중에 또 하나의 좋은 기회는 바로 베니스 비엔날레 (Venice Biennale)가 열리고 있어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베니스의 매일은 문화행사의 매일이 기도 하지만 많은 나라가 참여하여 대대적인 관람을 시키는 이 행사를 우연히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대개 전위적인 작품을 많이 내놓고 있었는데 그중에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리스관이었다. 벌써 건물 근처에 가니 이상한 지린내가 나고 오물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모두 찌푸리는 듯한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이번에는 이상한 짐승 소리가 나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속으로 들어가니 양 떼들이 한 울 속에 수십 마리씩 몰려 있고 옆에는 짚..
다리 나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물 위에 다리가 걸려있는 풍경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다리에 대한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나는 가끔은 서울이 좋아진다. 어린애처럼 단순한 이유에서다. 출렁이는 한강에 다리가 많이 걸려 있어서 좋다. “물 위에 있지 않는 나라를 보셨습니까? 흐르는 물, 푸른 물, 물기가 없는 곳에 있는 다리는 이미 다리가 아닙니다. 오작교도 무지개도 천공이란 바다에 전설의 다리랍니다. 동서바다의 다리로는 선비들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과 머리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샘솟습니다. 메마르지 않습니다. 화예를 도우는 깨끗한 습지입니다. 메마른 곳에서는 한 포기 풀도 자랄 수 없습니다. 다리가 있는 곳은 주고받는 왕래가 있는 삶이 있는 곳입니다. 예술은 영(靈)의 다리고 ..
멕시코 시티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서 출발하여 달라스를 거쳐 거의 5시간 비행 끝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멕시코 시티 상공에 이르렀을 때, 끝없이 넓고 질펀한 도시로 팽창한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파리에서는 늘 숨어있던 태양이 속살까지 드러내고 반겨주는 듯해서 우선 기분이 좋았다. 호텔에 짐을 풀고 걷기 편리한 가벼운 신발을 하나 사러 거리에 나갔다. 모퉁이를 걸어 다니기에는 아직 이곳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에 익숙하지 않아서 얼굴을 덜 씻은 것 같은 남자들이 크게 떠들며 지나다닌다든가 돈을 달라고 거지아이들이 불쑥 손을 내밀거나 금니를 한 인디언 중년들이 입을 벌리고 쳐다본다든가 할 때마다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내가 알고 있는 멕시코에 대한 지식들이 한꺼번에 머리에 반사적으로 와닿았다. 멕시코는 우리나라..
야누스의 얼굴, 베니스 ( 1 ) "바다를 향하여 열려 있는 햇빛 속에 전시되어 있는 베니스 곁에는 속을 알 수 없도록 꽉 닫혀 있는 베로나가 있다.” 쟝 그르니에의 설명을 되새겨 가면서 플로랑스(피렌체)에서 동북 고속도로를 달렸다. 잡초 같은 무성한 느낌을 주던 남이태리의 특유하게 키가 큰 유도화 풍경은 어디로 가 버리고 풀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없다. 남의 발상을 슬쩍 자기 것으로 만들어 꽃 피우는데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샘 많은 프랑스국민들이 베니스를 얼마나 부러워했으면 남불(南佛)에 뽈 그리모라는 수상 소도시를 세웠는지 알만한다.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프랑스에도 손바닥만 한 수상동네가 하나 있다. 뽈 그리모는 시간의 때가 묻지 않고 상업적인 촉수가 뻗고 세속적인 것에 젖어 있지 않는 곳이..
대문호 들의 땅, 더블린 나는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아무런 구애 없고 마냥 자유롭고 즐거운 나그네라는 기분으로 파리에서 30명쯤 타는 경비행기로 더블린 공항에 도착했다. 아일랜드란 원래 녹색의 땅이란 뜻이라고 하더니 비행장에서 시내까지 들어가는 거리 주변에는 1월 말인데도 파란 잔디가 많이 눈에 띄고 기분 좋을 정도로 싸늘하게 바람이 분다. 하룻밤을 지나고 오코넬 거리를 오가며 관심 있는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데, 처음 더블린에서 본 15살쯤 보이는 아이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구걸했는데, 중부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 나는 깜짝 놀랐다. 프랑스에서도 지하철 혹은 여기저기에서 걸인들이 있으나 프랑스 걸인들의 행태는 좀 재미있다. 술 주정뱅이들을 제외하고는 프랑스 걸인들은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 한 줄쯤..
축제의 음료, 술 나는 술을 잘 마실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예쁜 술병을 좋아한다. 술의 여러 빛깔을 좋아한다. 우아한 만찬시간에 술이 곁들인 상을 좋아한다. 술에 적당히 취해서 멋진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말꾼을 좋아한다. 술에 취해 있으면서도 숙녀들에게 예의를 지키려고 애쓰는 남자에게 호감이 간다. 배우는 것은 모두 젊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 실감 난다. 나는 일찍이 술 마시는 것을 배우지 못해 지금도 술을 잘 마실 줄은 모르나 술 분위기는 누구보다 좋아한다. 우아한 술자리와 멋진 사람들이 마음을 활짝 열고 멋진 대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초대는 즐겁다. 술에 대한 역사나 존재가치 유무에 대한 진단을 떠나 술이 정도를 지나치면 인체에 해롭고 술을 과하게 마시면 인간이 추태를 부리고 마침내는 많은 불행..
그림은 나의 개인 언어 미술은 나에게 꾸밈없이, 순수하게 나 자신 그대로를,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표출하며 나 자신의 미적 감성 세계를 탐구하며, 인간적 유대를 향해 끊임없는 정직한 대화를 추구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생리적으로 예술을 사랑한다.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바로 나의 생활이다. 그림을 그리다가 나의 재능에 대한 한계점을 느끼면 씁쓸한 불행감을 맛보기도 하지만 화폭에 나 스스로가 완전히 몰입되면 그지없이 행복감을 느낀다. 음악, 시, 그림, 이런 것들은 서로 ‘국경’이 분명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무경계 상태이며 서로 상부상조한다. 가령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듣고 있으면 북구의 백야를 그리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되고 설경의 시를 노래하고 싶어 진..
미국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광활한 땅처럼 제일 큰, 제일 넓은, 제일 좋은 것을 갖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갖기 위해서 유난히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세인트 루이스(St. Louis)에 내가 처음 방문했을 때 도시 한가운데 흐르는 미시시피 강줄기 앞에 우뚝 솟은 하얀 아치(Gateway Arch)에 대한 여러 사람의 소갯말이 있었다. 이 아치는 지금 거의 St. Louis의 상징으로 되어버린 것 같다. 정확하게. 그 높이가 얼마인지 기억에 없으나, 저공 하는 비행기가 아치 두 다리 사이를 날아갔던 적이 있으니까 얼마만큼 높은 초현대식 건축물인지 상상이 될 것이다. 언젠가 한번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시 전경을 보기 위해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현기증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10년 후인 지금,..
뭉크 미술관, 오슬로 노르웨이 머리를 두 갈래로 얌전히 땋고 교복을 입었던 시절의 나는 대부분의 사춘기 여학생들처럼 사물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고, 확실한 대상도 없으면서 무엇을, 누구를 늘 갈망하면서 지낸 것 같다. 청년들의 꿈이나 갈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다를 게 없었던지 나는 늘 미래의 시간을 꿈꾸면서 살았던 것 같다. 특히 여자로 태어난 나는 당시의 사회 인습이 꽤나 불편했었다.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는 금기 사항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너무 많았음이 나로서는 늘 불만이었다. 밤에는 음악회에도 못 가고, 일요일 유년 주일학교에도 할머니 눈치를 보았으나 다행히 어머니가 갈 수 있도록 이것저것 소심히 살펴 주셨다. 그래서 고분고분한 아이들이 별 불만 없이, 별 불편 없이 학교에 오가고 일..
넘쳐 흐르는 물이 있어도 그릇이 없으면 담지 못하듯,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 돈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여행을 해도 머리에 든 것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 것을 우리는 쉽게 경험한다. 몰타여행이 바로 쉽게 그럴 수가 있는 곳이다. 지중해 한가운데 둥둥 떠있으면서 눈부신 태양이 쏟아지는 하늘을 이고 있는 섬, 아쉬울 것 없는 상쾌한 일상을 누리며 오수를 즐기는 어느 귀부인 같은 우아한 자태를 지닌 몰타... 그러나 그 내면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역사의 질곡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땅. 그 자체이기도 하다. 선사, 중세, 현대가 함께 부딪치지 않고 현존하며 시간이 마치 뚝 멈춰 있는 것 같은 섬이다. 몰타 섬은 면적이 제주도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으며, 그리스 바..
저녁이 서서히 익어갈 때 지평선 위에 붉은빛을 드리우고 떠나는 마지막 태양을 넓은 평원 멀리서 바라보는 목가적 풍경 앞에 서 보았을 때 나는 이상한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제 주로 바쁜 도시에만 사는데 길들어버린 나는 그런 일들은 아득한 향수로 남을 뿐이고 그런 풍경의 접근은 특별한 시간을 내어 호젓한 시골을 찾아가야 하며 무슨 사치로까지 생각해 버리게 되었다. 잡다한 의무는 많고 마음은 찌들어 오고 내 존재가치가 상실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당황해지면서 나는 더욱 그런 지평선의 풍경을 그리워하게 된다. 며칠 전 나는 서울 어느 높은 건물상층에서 오랜만에 다정한 두 친구와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서울이 거의 다 내다보였다. 비록 망망대해나 넓은 평원에서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창 밖의 확 트인 공간 ..
드뷔시의 고향 (故鄕), 프랑스 파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RER(급행지하철) 생제르맹-앙-래라는 역이름이 자주 눈에 뜨인다. 그 이유는 그곳이 파리 근교에 있는 마을이며 RER의 A선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드뷔시(1862~1918)의 생가를 찾아보고 싶으면 무조건 그 선을 타고 개선문에서 20분쯤 달리면 된다. 지하철 구멍에서 빠져나오면 파리와는 좀 다른 분위기의 마을 하나가 나온다. 인구 4만쯤 되는 이 마을은 프랑스의 쟁쟁한 왕들이 살았던 古城이 있고, 특히 지금도 빠비용 앙리 4세라고 부르는 특급호텔로 되었지만 루이 14세가 태어난 역사적인 건물도 바로 옆에 있다. 파리에서 서쪽에 위치한 높은 지역이라 생제르맹에서 파리까지 흐르는 저 발아래 보이는 센느강 풍경이 한눈에 다 보인다. 거기다가 넓..
음악의 도시 프라하, 체코 “체코의 모든 사람들은 바이올린의 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에 태어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그만큼 그들 국민들이 천성적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한 질 높은 청취력과 정열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나는 오래전 프라하 음악제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듣고 읽고 사진으로 보아만 오던 프라하에 첫발을 디디던 날, 짐을 풀자마자 그 유명한 찰스교(길이 516미터 넓이 10미터)를 몇 번이고 거닐어 보았다. 마치 꿈꾸거나 산책하는 어느 시인처럼 교각 양가에 30개나 도열해 있는 조상들과 은밀한 대화라도 나누듯이 나는 제법 그 분위기에 맞는 사람처럼 행동했던 것 같다. 즉 나의 몽상과 나의 걸음걸이는 발아래 유유히 출렁이는 몰다우강이 배경음악으로 깔려 있다는 것을 깊게 느끼기라도 ..
영화 "피아노"와 "반지의 제왕" 이 상영되면서 뉴질랜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내었다. 예술의 힘이 굉장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최근 뉴질랜드와 호주에 한국관광객이 부쩍 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많은 줄은 몰랐다. 놀라왔던 것은 뉴질랜드 비행기를 탔는데 기내 300여 석 대부분이 한국인들이었다. 이제는 기내식으로 고추장은 물론이고 김치까지 먹는다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 때가 정월이니 겨울 방학 이용자도 많고 대학 입학을 치른 학부모들도 많은 것 같다. 영하의 대지에서 기온 15도 전후의 초가을의 땅을 향하고 있었다. 오클랜드에 도착하여, 타우포, 와이도모 등 뉴질랜드를 돌아보는 여정이었다. 세상 어디를 가나 그 나름의 ..
봄을 화폭에 담으면서 옛날 큰 선비들은 붓으로 글을 쓰고 같은 붓으로 난을 친다든가 풍경이나 꽃쯤은 다 그릴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표현 중에 글과 그림이 형제처럼 친한 사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인간의 표현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보통 사람과 예술가, 큰 학자의 구별은 바로 이 표현방법이 해주기도 한다. 또 보통사람 중에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무식한 사람의 분류도 언어나동작의 톤, 색깔에 따라 막연하게나마 구별된다. 그만큼 표현이란 중요한 삶의 속성이기도 하다. 표현이 부재한 상태나 생명은 바로 모든 부정적인 것의 원형인 죽음이다. 누구나 배고프다, 기쁘다, 슬프다 등의 희로애락을 표현할 줄 알며 보통사람은 말이나 표정으로 할 때 시인은 문자로, 음악가..
오만, 아부다비, 두바이, 나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도시 이름들이다. 무엇이 나를 현혹시켰는지 뜨거운 열사의 땅에 과연 갈만했던가 생각해 보니 힘이 펄펄한 현대라는 문명과 인간 창의력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젊은 도시 두바이의 명성이 크게 한몫한 것 같다. 무스카트 무스카트, 드디어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 밤늦게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에 입장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었다. 아직 이슬람 분위기에 적용하기도 전이라 모두가 신기하고 스스로 어색했다. 국왕의 이름을 딴 이 사원은 만육천 명이 동시에 기도할 수 있다고 했다. 주변 가꾸어진 분위기도 나무랄 데 없었지만 사원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호화스럽고 화려함을 보았다. 우선 방문자는 모두 신발을 벗어야..
두바이 드디어 두바이에 입성했다. 이 도시를 보고 두어 마디로 줄이라면 사막 건축 디자인 호텔 문화 금융 이런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신기루니 환상이니 하는 것들이 생생한 현실이 된 도시다. 우선 건축물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것 같다. 한마디로 세계 내로다 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땅이고 21 세기 공간 철학과 디자인의 흐름 같은 것을 시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전시장 같기도 하다. 우선 한국인들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주된 시공사로 참여했다는 부르즈 할리파 (Burj Khalifa)라는 복합건물을 제일 먼저 보고 싶어 한다. 높이 828 메터로 세계 최고층이 된 이 건물은 한국기술력에 유럽건축가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고 하며 첨단 과학기술이 가장 다양하게 활용된 경우라고 한다..
터어키가 유럽과 동양 두 쪽에 다 속해 있는 나라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유럽 이스탄불은 꼬른느 도르강을 중심으로 구도시와 신도시로 또 나누어져 있다. 강 아래서 바라보면 도시 윤곽만 드러나는 눈부시도록 황금빛을 발하는 일몰의 시간과 강하류 에이윱(Eyup) 쪽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한강 규모의 아타 투르크와 갈라타의 긴 교각이 출렁거리는 푸른 물 위에 걸려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파노라마이다.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서 여유 있게 쳐다보는 묘미를 여기서 느껴봐야 제격이다. 터어키의 사회구조는 부챗살 펼쳐놓은 모양 같다고 했던 친구 파부아와 터어키를 둘러보고 온 다른 친구들이 아직 이스탄불을 보지 못한 것은 대단한 유감이라고 말하던 것이 그제야 무슨 말인지 실감 났다. 이스탄불은 묘한 도..
유럽의 동쪽 제일 끝 발칸반도의 꼬리에서 피어난 비잔틴제국의 국력은 현존하고 있는 성(聖) 소피아 성당 하나만 보고도 누구나 가히 그것이 어떤 것이었나를 짐작할 수 있다. 로마제국이 5세기말에 완전히 멸망하지 않았다고 함은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라노 칙령을 발표하여 그리스도교를 공인하면서 330년에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에 도읍을 정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1000여 년이나 더 로마제국의 명맥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바로 그 고도에서 나는 비잔틴 문화의 꽃이라는 성(聖) 소피아 대성당을 몇 번이나 둘러보았다. 터키의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한 나라 속에 보스포르스 해협(Bosphorus Straits)을 중심으로 유럽 터키와 동양 터키로 나누어져 있고 그 문화가 공존하며 서로 맞..
나는 첫눈에 초호(礁湖)에 반해 버린 사람이다. 초호는 신의 작품 중 평화와 사랑으로 빚은 미의 극치라고 하고 싶다. 꿈꾸는 듯한 잔잔한 수면, 수중이 얕아서 유리를 통해서 보는 것처럼 물밑 하얀 모래, 산호초를 처소로 정해 놓고 넘나드는 고기 떼들은 어느 전설의 수정궁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 묘한 쪽빛 물결, 나에게는 그것을 말하기에 언어가 부족하다. 사막의 오아시스, 하구 ( 河口 )의 삼각주, 바다의 호수인 초호, 이것들은 자연 이 인간에게 내어 준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 세 곳 은 모두 물의 위력이고, 인간에 유익하게끔 제 몸을 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호섬들이 없기 때문에 초호의 풍경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해안에 무수한 산호초들이 고리 모양으로 둘러 있어, 바닷속에 생긴 신비로운 호..
시벨리우스의 기념관 몇 년 전 핀란드에 들렀을 때 짧은 체류로 얀 시벨리우스(1865~1957)가 만년 50년 동안이나 살았고 부인의 이름을 딴 야르벤파지방의 '아이놀라' (Ainola, 핀란드 말로 Aino의 집이란 뜻) 집에 가보지 못했던 것을 늘 후회했다. 오랫동안 즐겨 들어왔던 그의 교향시곡 "핀란디아의 나라" 를 상상하면서 나는 다시 그곳을 찾아갈 것을 계획해 놓고도 몇 년을 흘려보내버렸다. 드디어 파리에서 헬싱키행 비행기를 탔다. 마치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빨리 그곳에 가고 싶었고 마음은 설레기만 했다. 햇빛이 점점 엷어지는 북구의 풍경들을 비행기창으로 내려다보면서 나는 그의 음악을 되새기며 소리 내지 않고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헬싱키의 볼 것들은 뒤로 미루고 호텔에 짐을 풀자 다음날..
엑상 프로방스 (Aix-en- Provence), 그리고 음악축제 물, 빛, 소리, 향기, 촉감이 모두 서로 멋지게 어울려 아름답고 축복받은 땅, 남불 프로방스는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정원이다. 마치 어떤 무한 투명체 속에 사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도 한다. 늘 푸른 하늘, 세균이라는 건 전혀 근접이 어려울 듯한 맑은 공기, 여름철 작열하는 태양빛이 있으되 나무 그늘에만 들어서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아도 되는 쾌적한 날들 그리고 겨울이 온다 해도 거리마다 흐르는 분수의 노래는 끝이 나지 않는다. 꾸르 미라보(Cours Mirabeau) 거리, 2-3백 년 된 우람한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 카페에는 여전히 노천이나 테라스에 앉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포도주나 찻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두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