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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 <산중>

해석 산속에서(이이) 약초를 캐다가 갑자기 길을 잃으니 수많은 산봉우리 가을 낙엽 속이구나 산사 스님이 물을 길어 돌아가더니 수풀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 피어오르네 원문 山中(산중), 李珥(이이) 採藥忽迷路(채약홀미로) 千峰秋葉裏(천봉추엽리) 山僧汲水歸(산승급수귀) 林末茶烟起(임말다연기) 글자풀이 採: 캐다 藥: 약 忽: 갑자기 裏: 속, 안 汲: 물을 긷다 烟: 연기 감상 율곡 이이(1536-1584)는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대학자입니다. 1564년 과거에 급제하여 대제학, 이조판서를 지냈고, 기호학파를 형성하여 많은 제자를 양성하였습니다. 화자는 약초를 캐러 산에 들어갔다가 눈앞으로 떨어지는 단풍의 황홀한 경치에 그만 길을 잃고 맙니다. 길을 찾고자 주위를 둘러보니 시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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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영초월>

해석 초승달을 노래함(황진이) 누가 곤륜산의 옥을 깎아 다듬어 직녀의 빗을 만들었나? 견우가 한 번 떠난 뒤로 시름 겨워 푸른 하늘 텅 빈 곳에 던졌네 원문 詠初月(영초월), 黃眞伊(황진이) 誰斲崑山玉(수착곤산옥) 裁成織女梳(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견우일거후) 愁擲碧空虛(수척벽공허) 글자풀이 詠: 읊다 初月: 초승달 斲: 깎다 崑山: 곤륜산 裁: 마름질하다 梳: 빗 愁: 근심 碧空: 푸른 하늘 擲: 던지다 虛: 허공 감상 작가인 황진이(?-?)는 정확한 생몰 연대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조선 초·중기에 활동했던 기생입니다. 한시와 시조 창작에 뛰어났으며, 시조 6수는 ≪청구영언≫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대 시·서·악(詩書樂)에 독보적인 능력을 보였고 화담 서경덕,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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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봉이씨, <자술>

해석 스스로 짓다(옥봉이씨) 근래 안부를 물으니 어떠하신지요? 달 밝은 비단 창가에 저의 한이 많네요 만약 꿈속의 혼령이 다닐 때 자취 있다면 문 앞의 돌길이 이미 모래가 되었겠지요 원문 自述(자술), 玉峰李氏(옥봉이씨)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白紗窓妾恨多(월백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已成沙(문전석로이성사) 글자풀이 近來: 요즘 紗窓: 비단 창가, 여인의 방에 있는 창 妾: 여인이 자신을 낮춘 1인칭 대명사 若使: 만약 ~라면 已: 이미 沙: 모래 감상 이 시는 본관은 전주, 호는 옥봉이며, 왕실 종친인 이봉지(李逢之)의 서녀 옥봉이씨(?-?)의 7언 절구 작품입니다. 옥봉은 모두 32편의 시를 남겼는데, 어려서부터 시문에 뛰어나 허균과 신흠에 의해 문학성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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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써야지 달콤하다

여름의 대표 과일, 참외 삼국시대 조조의 둘째 아들인 위문제가 신하 오질에게 보낸 편지에는 "맑은 샘물에 달콤한 참외를 띄우고, 차가운 물에 붉은 오얏 담가 놓았네(浮甘瓜於淸天, 沈朱李於寒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여기서 '감과(甘瓜)'는 참외, '주이(朱李)'는 자두를 의미합니다. 맑고 차가운 물에 참외와 자두를 넣었다는 것은 무더운 여름날에 시원하게 과일을 먹으며 피서를 즐긴다는 의미이며, 당시 여름의 대표 과일 중에 하나가 참외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국의 화북으로부터 들어온 참외는 조선 땅에서도 인기 있는 과일이었습니다. 연산군은 중국 황제의 생일 축하단인 성절사를 보낼 때에도 참외를 사오라고 명하였고, 승정원에서는 참외를 주제로 시를 짓게도 하였습니다. 별미음식을 소개한 해설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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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가치는 몸이 따라야

말보다 실천 '말은 곧 그 사람 자신이다'라고 말합니다. 말 속에는 그 사람이 지닌 인격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말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언급한 고전이나 잠언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말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힘을 알기에, 지금까지도 좀더 신중한 언어사용을 당부하는 것입니다. 특히 동양에서는 군자의 인격수양을 위한 필수덕목으로 언행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기에 바르게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할 줄 아는데, 올바른 언행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인격을 완성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공자의 제자들 중에서 재여는 말을 아주 유창하게 잘하였습니다. 하지만 스승은 제자가 말로 인해 재앙을 당할까봐 항상 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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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인정할 때 훌륭한 일이 된다

누가 잘못이 없겠는가 진나라 영공은 양공의 아들로 13년간 통치를 한 군주입니다.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조순이 섭정을 했는데, 어려서부터 거칠고 음란한 행동으로 방탕한 행동을 일삼았습니다. 백성들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수탈하여 궁전을 장식하거나 높은 누대 위에 올라가 사람을 향해 활을 쏘면서 그 모습을 즐기는 잔악무도한 모습으로 군왕의 도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루는 요리사가 익히지 않은 곰 발바닥 요리를 올리자, 요리사를 죽여 시신을 대나무통에 집어넣은 다음 그 아내가 통을 짊어지고 조정을 지나가게 하는 기행을 저질렀습니다. 대부인 사회는 군왕의 무도함에 근심만 쌓여갔고, 결국 그는 영공에게 간언을 하기 위해 입궐을 하였습니다. 사회를 본 영공은 일부러 못 본 척 딴짓을 하다가 그가 절을 올리자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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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人災)를 막아야 인재(人才)다

멍청한 호랑이는 누구? '노'라는 이름의 원숭이는 몸매가 자그맣고 발톱은 날카로워서 나무에 기어오르기를 잘합니다. 하루는 호랑이가 노에게 머리가 가렵다며 긁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호랑이 머리 위로 올라간 노는 머리를 계속 긁어대다가 마침내 구멍을 내고 마는데, 호랑이는 그것도 모르고 연신 시원한 표정만 짓고 있습니다. 반응을 살핀 노는 느긋하게 호랑이의 골을 파먹다가 맛난 것은 같이 먹어야 한다며 남은 것을 호랑이에게 건네기까지 합니다. 이를 고맙게 여긴 호랑이는 다 먹을 때까지 그것이 자신의 골인 것을 몰랐고, 나중에 호랑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자 원숭이는 약을 구해오겠다며 재빠르게 도망가고 맙니다. 원숭이에게 당한 호랑이는 길길이 날뛰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명나라 유원경의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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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필, <도중>

해석 길을 가다가(권필) 해 저물어 외딴 집에 묵으니 산 깊어 사립문도 닫지 않네 닭이 울자 갈 길을 묻는데 단풍잎만 사람을 향해 날리네 원문 途中(도중), 權韠(권필) 日入投孤店(일입투고점) 山深不掩扉(산심불엄비) 鷄鳴問前路(계명문전로) 黃葉向人飛(황엽향인비) 글자풀이 途: 길 日入: 해가 지다 投: 투숙하다, 묵다 掩: (문을)닫다 扉: 사립문 鷄鳴: 닭이 울다, 새벽이 되다 前路: 앞길, 떠나갈 길 黃葉: 낙엽 감상 작가 권필(1569-1612)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정철 문하에 있던 문신입니다.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구속을 싫어하여 자유 로운 삶을 추구하였고, 술과 시를 즐겼으며, 과거시험에는 뜻을 두지 않은 채 오직 시작(詩作) 활동에만 전념하였습니다. 이 시는 늦가을 산길을 가다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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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선비정신을 지닌 인재

21세기 리더는 선비정신을 지니고 자신의 언행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 16세기 초에 최세진이 쓴 ≪훈몽자회≫에서는 "학문을 하여 벼슬자리에 오른 사람(學而居位曰士)"을 선비라 하였습니다. 17세기 상촌 신흠은 에서 "몸에 재능을 지니고 나라에서 쓰기를 기다리는 자를 선비라 한다. 그래서 뜻을 고상하게 가지며, 배움을 돈독하게 하며, 예절을 밝히며, 의리를 지니며, 청렴을 떳떳이 여기며, 부끄러워할 줄 알며, 세상에 흔하지 않다.(藏器於身, 待用於國者, 士也, 士所以尙志, 所以敦學, 所以明禮, 所以秉義, 所以矜廉, 所以善恥, 而又不數數於世也.)"라고 정의하였습니다. 18세기 연암 박지원은 "독서를 하면 선비, 정치를 하면 대부(讀書曰士, 從政曰大夫)"라 하여 사대부가 유학을 공부하는 모든 선비들을 일컫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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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 <말없이 이별하다>

해석 말없이 이별하다(임제) 열다섯 아리따운 소녀가 남이 부끄러워 말없이 이별하고 돌아와 중문을 닫아 걸고서 배꽃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흐느끼네 원문 無語別(무어별), 林悌(임제) 十五越溪女(십오월계녀) 羞人無語別(수인무어별)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 泣向梨花月(읍향이화월) 글자풀이 越溪女: 아름다운 미녀 상징 羞: 부끄럽다 掩: 닫다 重門: 대문 안에 있는 문 泣: 울다 감상 이 시는 임제(1549-1587)의 5언절구 작품으로, 규원(閨怨)이라는 부제로도 불립니다. 임제는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당대 명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시풍이 호방하고 시원해서 후대에도 널리 애송되고 있는 시입니다. 임과 이별하는 열다섯의 아리따운 소녀는 남들의 눈에 띌까 부끄러워서 한마디 말도 제대로 못한 상태로 이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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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사는 세상, 이름값하며 살자

남이 부르면 부를수록 값어치가 높아지도록 이름값을 합시다 몇 년 전 재야의 실력자들이나 잊힌 비운의 가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습니다. 기존의 오디션 방식과는 다른 포맷으로 출연자들을 익명으로 만나고 번호로만 부르는 방식입니다. 익명에 가려져 있다 보니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에도 충분했고, 출연자들은 최종 TOP10에 올라가거나 탈락이 되고 나서야 본인의 이름을 드러냅니다. 이전까지는 번호가 이름인 무명자(無名者) 상태로만 존재한 것입니다. 순위에 올라서 이름을 달고 부르는 노래는 오롯이 자신의 음악이 되어 시청자들에게 다가갑니다. 무명가수가 아니라 유명가수로 존재를 드러내면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고, 보는 이들도 그제야 번호의 존재를 확인해가며 더욱 열렬히 환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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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산사야음>

해석 산사에서 밤에 읊다(정철)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소리를 성긴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 스님 불러 문밖에 나가 보라 했더니 시냇가 남쪽 가지에 달이 걸렸다네 원문 山寺夜吟(산사야음), 鄭澈(정철) 蕭蕭落葉聲(소소낙엽성) 錯認爲疏雨(착인위소우)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글자풀이 蕭蕭: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 의성어 錯認: 잘못 오해하여 알다 疏雨: 성긴 빗소리, 빗방울이 가끔씩 떨어지는 비 爲: ~이다 掛: 걸다 溪: 시내 감상 정철(1536-1593)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계함(季涵), 호는 송강(松江)입니다. 훈훈한 인간미, 강호 산수의 자연미를 노래한 작품이 많고, 국문학사에서 가사 문학의 대가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 , , 의 가사 네 작품과 시조 10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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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심은자불우>

해석 은자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네(가도) 소나무 아래에서 아이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다 하네 단지 이 산속에 계시건만 구름 깊어 계신 곳을 알 수 없다네 원문 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賈島(가도)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글자풀이 尋: 찾다 隱者: 세상을 피해 은둔해 사는 사람 遇: 만나다 採: 캐다 只: 다만, 단지 處: (스승이 계신) 곳 감상 가도(779-843)는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잠시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던 시인입니다. 후에 한유(韓愈)의 권유로 환속을 하였고, 그에게 시문을 배웠다고도 전해집니다. 평생을 청빈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고, 세상에 남긴 것은 오로지 병든 말과 거문고뿐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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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과 인성교육, 그리고 헬퍼스하이

실천적 자극을 통해 행동하는 인재를 위한 인성과 인성교육 고전은... 중국 송나라 때 불교 서적인 ≪벽암록≫에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인데,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가 밖에서 알을 깨는 것을 '탁'이라고 합니다. 이는 병아리가 세상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어미도 힘을 보태는 것을 말합니다. 또는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하는 표현인데, '병아리-어미'는 '학생-선생'의 관계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재능이나 본성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선생은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자는 사람은 누구나 인(仁)한 본성을 지니고 있고, 인(仁) 사상은 모든 사람이 지향해야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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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내 마음의 주인

지금 내 마음의 주인은 안녕하신가요? 해석 허형이 몹시 더운 날에 하양을 지나갈 때 갈증이 아주 심했다. 마침 길에 배나무가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다투어서 취하여 먹었으나, 그는 홀로 바르게 앉아 있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세상이 어지러워 이 배나무는 주인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허형이 말하기를 "배나무는 주인이 없을지라도 내 마음에 어찌 주인이 없겠는가."라고 하였다. 원문 許衡(허형)이 暑中(서중)에 過河陽(과하양)할새 渴甚(갈심)이러니 道有利(도유리)하여 衆爭取食(중쟁취식)이나 而獨危坐(이독위좌)어늘 或言(혹언) 世亂(세란)하여 此無主(차무주)라 하니 曰梨無主(왈리무주)나 吾心豈無主乎(오심기무주호)아 하더라. 글자풀이 許衡: 원나라 때의 학자 暑; 더위 過: 지나다 河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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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무서움을 아는 정치인이 돼야

막말과 설화(舌禍)가 난무하는 요즘의 현실을 통탄하며, 1432년 5월, 세종은 대신들과 한자리에 모여 참위설을 주제로 경연에 한창입니다. 참위설은 중국 한나라 때 유행한 '미래예언설'을 말합니다. 세종은 "지진은 천재지변 중에 큰 것이니,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없는 해가 없었고, 특히 경상도에 많았다. 지진이 하삼도(下三道)에 많으니 오랑캐의 변란이 있지는 않을까 의심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승지 권채가 답하기를, "반드시 어느 일을 잘하였으니 어느 좋은 징조가 감응(感應)하고, 어느 일을 잘못하였으니 어떤 좋지 못한 징조가 감응한다고 하는 것은 억지로 갖다 붙인 사리에 맞지 않는 언론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에 세종은 "경의 말이 옳으니 천재지이설(天災地異說)을 억지로 채택하지 않겠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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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는다는 것

섬김의 마음을 담아 무릎을 꿇는 사람이 되자 1636년에 일어난 병자호란은 지금까지도 아픈 상처의 역사로 남아 있습니다. 임진왜란에 이어 정묘호란까지 외침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청제국은 자신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며 조선 땅을 쳐들어왔습니다. 미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철퇴를 맞은 조선은 적을 감당할 능력이나 역량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의리와 문화자존의식을 내세우며 항쟁을 주장했던 척화파 김상헌의 외침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습니다. 처참한 상흔만 남긴 채 결국 인조는 삼전도에서 홍타이지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의식[三拜九叩頭禮]를 행하고 맙니다. 무릎을 꿇고 항복을 선언한 파국의 역사는 그 유명한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치욕적 단어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한 나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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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임을 증명하는 예(禮)티켓

인간의 기본 자격으로서 인간만이 가능한 예(禮) 제나라 제26대 군주인 경공이 어느날 술에 취해 의관을 풀어헤친 채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머리의 관을 벗고 옷도 어지러운 모양을 한 상태로 주변 신하들에게 인자한 사람도 자신처럼 즐길 줄 아는지를 묻자, 인자한 사람도 똑같은 사람인데 어찌 즐기지 않겠느냐며 경공의 비위를 맞춰줍니다. 기분이 좋아진 경공은 어진 재상인 안자(晏子)를 불러오라 명하고, 안자는 조복(朝服)의 예를 갖추고 임금 앞에 나아갔습니다. 안자에게도 함께 술을 마시며 즐기기를 청하니, 안자는 힘이 센 사람도 윗사람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은 예절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경공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합니다. 이어서 천자가 예의가 없으면 사직을 지키지 못하고, 제후가 예의가 없으면 나라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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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걸국화>

해석 국화를 바라다(이건) 맑고 좋은 계절 중양절 가까우니 바로 술꾼이 취하기 좋은 때로구나 섬돌에 국화꽃이 가득 피어 있거든 향기로운 가지 하나 나누어주시오 원문 乞菊花(걸국화), 李建(이건) 淸秋佳節近重陽(청추가절근중양) 正是陶家醉興長(정시도가취흥장) 相見傲霜花滿砌(상견오상화만체) 可能分與一枝香(가능분여일지향) 글자풀이 乞: 빌다, 바라다 重陽: 양수가 겹친 음력 9월 9일 중양절 陶家: 진나라 도간(陶侃)의 집으로, 여기서는 술을 의미 傲霜: 오상고절(傲霜孤節)을 지닌 국화를 의미 砌: 섬돌 枝: 나뭇가지 香: 향기 감상 조선 효종 때의 문신인 해원군 이건(1614-1662)은 할아버지가 선조, 아버지는 선조의 일곱째 아들인 인성군(仁城君) 이공(李珙)입니다. 아버지가 역모 혐의로 제주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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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잠, <학문을 권하다>

시간의 주인이 되어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세요. 해석 학문을 권하다(도잠)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기 어려우니 때를 맞아 마땅히 힘써 노력하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 원문 勸學(권학), 陶潛(도잠) 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글자풀이 盛年: 한창 때의 젊은 나이 重: 거듭, 다시 難: 어렵다 晨: 새벽 及時: 그 젊을 때에 이르러서 待: 기다리다 감상 도잠(365-427)의 자는 연명(淵明)이며, 호는 오류선생(五柳先生)입니다. 일평생을 은둔하며 지냈지만 많은 작품을 남겨서 당나라 이후 남북조 시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술의 성인이자 전원시인의 대표적 작가입니다. 이 시는 워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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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면피 세상에 염치를 아는 사람이 되자

염치를 모르는 철면피가 아니라 수치를 아는 염치 있는 사람이 되자 송나라 역사를 기록한 ≪송사≫에는 조변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가야금 하나와 학 한마리[一琴一鶴]가 전 재산일 정도로 청렴결백한 관리였습니다. 밤마다 의관을 정제하고 향을 피우며 "하늘에 고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갔기에 다산 정약용도 자경(自警)의 본보기라고 치켜세울 정도였습니다. 그는 관원들의 비리를 감찰하는 어사의 직책을 맡아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고 모두에게 엄정한 잣대와 원칙을 바탕으로 부정한 관원들을 처벌하였습니다. 상대의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엄격하고 공정한 판단을 한 성품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그를 철면어사(鐵面御史)라고 불렀습니다. 반면 ≪북몽쇄언≫에 나오는 진사 양광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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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이십수하>

해석 스무나무 아래(김병연) 스무나무 아래 서러운 나그네가 망할 놈의 마을에서 쉰밥을 얻어 먹네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집에 가서 설은 밥 먹는 것만 못하네 원문 二十樹下(이십수하), 金炳淵(김병연) 二十樹下三十客(이십수하삼십객) 四十村中五十食(사십촌중오십사) 人間豈有七十事(인간기유칠십사) 不如歸家三十食(불여귀가삼십사) 글자풀이 -二十樹: 스무나무, 느티나무과에 속하는 나무 -三十: 서른, '서러운'과 발음이 유사하여 차용 -四十: 마흔, '망할'과 발음이 비슷하여 차용 -五十: 쉰 -食: 밥 -七十: 일흔, '이런'과 발음이 비슷하여 차용 -不如: ~만 같지 못하다 -三十: 서른, '설은(설익은)'과 발음이 유사하여 차용 감상 흔히 김삿갓이라고 불리는 시인인 김병연(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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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탓하는 지혜

모든 원인을 나로부터 찾는 반성의 자세가 필요 고려 말 문신 이달충(?-1385)의 는 '칭찬하고[愛] 비난하는[惡] 것에 대하여' 잠언[箴]의 형식을 빌어서 쓴 글입니다. 이 글은 가상의 유비자(有非子)와 무시옹(無是翁)이라는 두 인물을 내세워 타인의 평가나 비난에 대한 대처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비자는 무시옹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 물었고, 무시옹은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여기거나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기뻐할 일이라고 대답합니다. 반대로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여기거나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한다면 이 또한 두려워할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남이 나에 대해서 내리는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평가를 내리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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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인성을 위한 격대교육의 필요성

자녀 인성교육에 조부모의 지혜가 더해져야! 조선 중기 이문건(1494-1567)은 매일 손자 양육에 대한 일들을 기록했습니다. 손자가 태어나 병치레를 했던 일부터 자라면서 속을 썩이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자못 상세합니다. 현대의 부모들도 따라하지 못할 정도의 자세한 기록을 16년 동안이나 써내려간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손자는 가르침을 잘 받들고 실천하여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조선시대 사대부 최초의 육아일기라고 전해지는 ≪양아록≫입니다. 남녀의 역할이 엄격했던 시대에 할아버지는 손자의 올바른 양육을 위해 일상의 세사한 일들을 일기체 형식으로 남긴 것입니다. 한 세대를 건너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를 가르치는 것을 '격대교육(隔代敎育)'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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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언격(言格)을 높이자

대통령의 막말이 불러온 국격의 훼손과 국치(國恥) 조선왕조는 태조의 건국부터 1910년 한일합방까지 모두 519년 동안의 왕조를 지켜온 나라입니다. 500년이 넘는 왕조의 정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근거리에서 왕이 자경(自警)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사관(史官)이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비록 낮은 벼슬의 직급이었지만, 지존 또한 두려워하는 존재였습니다. 2인 1조로 짝이 되어 각각 왕의 오디오와 비디오를 담당하면서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였기 때문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연산군도 세상에 그 누구도 무서울 것이 없었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을 기록하는 사관들만은 늘 껄끄러운 존재였음을 "오직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人君所畏者, 史而已)"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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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은 욕심을 가지고 행해야

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욕심내어 행할 것 극단적 개인주의인 위아설(爲我說)을 주장한 양주는 갈림길을 만나자 북으로도 갈 수 있고, 남으로도 갈 수 있음을 슬프게 여기며 울었습니다. 모두를 사랑하는 겸애설(兼愛說)을 제창한 묵적도 염료에 따라 실을 노랗게도 검게도 물들일 수 있음에 슬퍼서 울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회남자≫, 에 전하는데, 서로 다른 학설을 주장한 두 남자의 울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눈물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맹자와 순자의 학설을 절충한 양웅의 성선악혼설(性善惡混說)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유는 인간성에 대해 고찰한 에서 사람의 성품을 상중하로 분류하였습니다. 선만 있는 최고의 상품(上品)과 교육으로도 불가능한 하품(下品), 교육에 따라서 결정지을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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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추야우중>

해석 가을 밤 비 내리는데(최치원) 가을 바람에 오직 괴롭게 읊조리나니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가 적구나 창 밖에는 밤비 내리는데 등불 앞에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 원문 秋夜雨中(추야우중), 崔致遠(최치원)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글자풀이 惟: 오직 苦吟: 괴롭게 읊조리다 世路: 세상길 知音: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 三更: 23~01시(자시) 萬里心: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감상 최치원(857-?)은 신라 말의 학자이자 문장가입니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아 당나라에 유학 가서 고운, 나은 등의 문인과 교류하면서 문명(文名)을 떨쳤습니다. 귀국 후에도 외교문서 등을 작성하며 문장가로 인정을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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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 <농부를 대신하여 읊다>

가을, 농부가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를 기억해야 할 시기 해석 농부를 대신하여 읊다(이규보) 밭이랑에 엎드려 비 맞으며 김을 매니 검고 추악한 몰골 어찌 사람의 모습이런가 왕손 공자여, 나를 업신여기지 말라 부귀와 호사가 모두 나로부터 나오느니 원문 代農夫吟(대농부음), 李奎報(이규보) 對雨鋤禾伏畝中(대우서화복무중) 形容醜黑豈人容(형용추흑기인용) 王孫公子休輕侮(왕손공자휴경모) 富貴豪奢出自儂(부귀호사출자농) 글자풀이 對雨: 비를 맞다 鋤: 김매다 伏: 엎드리다 畝: 밭이랑 醜黑: 햇빛에 그을려 추하고 검다 容: 용모, 얼굴 休: ~하지 마라 侮: 업신여기다, 모욕하다 儂: 나, 우리 감상 이규보(1168-1241)는 백운거사(白雲居士)라는 호와 고구려의 건국신화를 다룬 의 작가로 잘 알려진 고려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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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전통문화로서의 대전 효(孝) 축제를 바라며

대전 효문화 축제의 성공을 위해 우리 국민에게 까마귀만큼 냉대를 받는 새도 드문 것 같습니다. 까치와 늘 비교를 당하는 까마귀는 민속학에서 악을 동반한 대표적인 흉조(凶鳥)로 묘사됩니다. 까마귀가 아침에 울면 아이, 낮에 울면 젊은이, 저녁에 울면 노인이 죽으며, 새벽에 울면 살인이 날 징조라는 것입니다. 어느 시간에 울어도 불길한 새로 낙인이 찍혀버린 것입니다. 사람들 마음에서 멀어지다 보니 생김새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백로의 흰빛을 시기한다고도 하고, 우연히 떨어진 배조차도 까마귀의 탓으로 돌려버리니 본의 아니게 누명을 많이 쓴 새가 까마귀입니다. 억울한(?) 까마귀가 한문학으로 날아들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길조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입니다. 예로부터 까마귀는 효를 상징하는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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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D-50] 침묵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왜 우리는 생각을 열어 말문을 트는 교육이 필요한가 서로 마주보고 동그랗게 앉아 있는 아이들 가운데 한 학동이 쭈그려 앉아서 눈물을 훌쩍이고 있습니다.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아이는 유복(儒服)에 방건(方巾)을 쓴 훈장님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우는 아이의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라보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은 대조적입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본 듯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우는 학동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이 장면은 서당에서 글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실감있게 그려낸 김홍도의 입니다. 조선시대 기본교육을 담당했던 서당은 우리나라 전통 교육의 상징과도 같고, 현대 우리들의 교육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훈장님과 학동들은 다 같이 모여 앉아서 ≪천자문≫과 ≪소학≫을 비롯한 많은 경전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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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민농>

밥상에 오르는 모든 것들이 농부들의 땀의 결실임을!!! 해설 농부를 불쌍히 여기며, 이신 김을 매다가 한낮이 되니 땀방울이 벼 아래 땅으로 떨어지네 누가 알겠는가, 밥상에 오른 밥이 알알이 모두 농부의 고생인 것을 원문 憫農(민농), 李紳(이신) 鋤禾日當午(서화일당오) 汗滴禾下土(한적화하토) 誰知盤中飱(수지반중손) 粒粒皆辛苦(립립개신고) 글자풀이 -憫: 불쌍히 여기다 -鋤禾: 호미로 벼의 김애 매다 -當: ~에 당하다, '當午'는 '정오에 당하다'라는 의미이므로, 한낮이 되다 -誰知: 누가 ~을 알겠는가 -飧: 저녁밥 -盤: 소반, 쟁반 -粒: 쌀알 -辛苦: 괴로움, 고생 감상 이신(786-846)은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체구가 작아서 단리(短李)라고 불려지기도 했습니다. 백거이와 함께 신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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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공부가 필요한 인간관계

인간관계의 회복은 사람 공부에서 시작!!! 공자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도중 진나라와 채나라에 머물렀을 때의 일입니다. 곤경에 처한 공자는 이레 동안 쌀밥은커녕 묽은 국조차 먹지 못하는 형편에 놓였고, 허기를 잊는 유일한 방법은 잠을 청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잠을 자고 있을 때 안회가 인근의 농부에게 쌀을 구하여 밥을 하게 되었는데, 잠을 자던 공자는 안회가 밥을 한 움큼 집어먹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공자는 이 모습을 짐짓 못 본 척하면서 돌아가신 부친에게 깨끗한 음식으로 제사라도 지내고 싶다며 안회의 마음을 떠봅니다. 그러자 안회는 지금 이 밥은 재가 들어가서 안된다고 말하며, 음식을 차마 버릴 수가 없었기에 본인이 집어먹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그제야 안회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 공자는 믿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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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에 호랑이가 산다

이야기 속 호랑이 고전 속 호랑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민화나 문학 속에서의 모습은 어딘가 모자라고 어리숙한 표정으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신보다 곶감을 더 무서워해서 울음을 그친 아기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꾀 많은 토끼에게 호되게 골탕을 당해 그림자만 봐도 줄행랑을 치며, 떡 하나만 줘도 목숨을 구제해주던 마음씨 좋은 호랑이는 익살과 해학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육당 최남선은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처럼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은 호랑이라면서 조선을 '호담국(虎談國)'이라 불렀고, 한반도의 모습을 호랑이로 형상화해 놓기까지 했습니다. 단군신화부터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친근한 동물이었던 것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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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씨앗으로 우정의 결실을 맺는 정신적 벗

친구, 신뢰의 씨앗으로 우정의 결실을 맺는 정신적 벗 초나라에 사는 어떤 사람이 자기의 코 끝에 파리 크기 정도의 아주 작은 석회 덩어리를 바르고, 석수장이 친구에게 도끼로 그것을 깎아내도록 하였습니다. 석수장이는 재빠르게 도끼를 휘둘러 석회 덩어리를 깎아냈지만, 그 사람은 전혀 겁내거나 동요하지 않았고 상처도 없었습니다. 송나라 임금이 이 이야기를 듣고 석수장이를 불러 시범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석수장이는 지금은 그 친구가 죽어서 시범을 보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장자≫, 에 나오는 이야기로, 장자가 벗인 혜자의 묘 옆을 지나면서 말한 일화입니다. 보통 최고의 경지를 지닌 빼어난 기술자를 비유할 때 사용하는 '운근성풍(運斤成風)'의 고사로도 쓰이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신뢰가 쌓인 진정한 벗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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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주체가 되어 변화에 대처해야

변화를 이끄는 능동적 주체가 돼야 로 유명한 굴원은 기울어가는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며 백가쟁명의 시대를 살던 시인입니다. 후대인들은 그를 주변의 참언으로 끝내 왕에게 인정받지 못한 채 멱라수에 투신한 불운의 시인으로 기억하는데, 사마천은 "마치 혼탁한 세상에서 빠져나온 듯 티끌 하나 묻히지 않고 살아간 사람"이라고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사마천이 말한 굴원의 모습은 어부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어부는 초췌한 얼굴에 몸이 바짝 마르고 여윈 굴원에게 추방당한 이유를 묻습니다. 이에 굴원은 "온 세상이 다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대답합니다. 이를 들은 어부는 "성은은 사물에 얽히거나 막히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서[與世] 변해 옮겨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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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간신(諫臣)이다

고언하는 국민들이 많아져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백일이 지났습니다. 여느 정부처럼 국민의 여망을 실어 호기롭게 출범했지만, 어느 정부보다도 불안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퍼컷이 무색하게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는 지지율의 저조로 이어지고, 이른바 '핵관'들의 몸값만 연일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처음(?)인 위정자를 위해서 충심으로 보좌하는 것이라고 믿고는 싶지만, 문고리 틈으로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이러한 측근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인들 어련할까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지도자의 능력보다 주변에 현명한 신하가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와 신하를 성군(聖君)과 현군(賢君), 간신(諫臣)과 쟁신(諍臣)이라고 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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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린, <송승지풍악>

해석 금강산으로 가는 스님을 송별하며(성석린) 금강산 일만 이천 봉 높고 낮음이 각기 다르다네 그대는 솟아오르는 해를 보게나 어느 봉우리가 가장 먼저 붉어지는지 원문 送僧之楓岳(송승지풍악), 成石璘(성석린) 一萬二千峰(일만이천봉) 高低自不同(고저자부동) 君看日輪上(군간일륜상) 何處最先紅(하처최선홍) 글자풀이 -之: 가다 -峰: 봉우리 -楓岳: 가을의 금강산 -君: 그대, 2인칭 -日輪: 해 -最: 가장 감상 성석린(1338-1423)은 여말선초의 문인으로, 고려 공민왕 때 대제학을 지냈고, 조선 태종 때는 영의정을 지냈습니다. 시사(詩詞)에 뛰어나 이제현에게도 그 능력을 인정받았고, 초서를 잘 썼으며, 검소한 생활을 즐겼습니다. 이 시는 일만 이천 개나 되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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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 <절구>

해석 절구(두보) 강물이 푸르니 새는 더욱 희고 산이 푸르르니 꽃은 더욱 불타는 듯하네 올 봄도 본 듯 또 지나가니 어느 날에나 고향에 돌아갈까 원문 絶句(절구), 杜甫(두보) 江碧鳥逾白(강벽조유백) 山靑花欲然(산청화욕연)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何日是歸年(하일시귀년) 글자풀이 -碧: 푸르다 -愈; 더욱, =愈 -然: 불타다, =燃 -是: ~이다, 강조 감상 두보(712-770)는 성당(盛唐) 때의 시인으로, 이백(李白)과 함께 이두(李杜)라 불렸습니다.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찬사를 들었으며, 지금도 시성(詩聖)이라고 일컬어지는 최고의 시인입니다. 빈부의 차가 심한 세상에 대해 분노가 심했으며, 사회의 불합리한 실정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백의 낭만적인 시풍과 대조적으로 웅혼한 시풍의 특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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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이기는 공부

자신과 비교하여 자기를 이기는 학문을 하라 해석 군자가 하는 공부(학문)은 자기를 위함일 따름이다. 이른바 자기를 위함이라는 것은 곧 장경부가 일찍이 말한 바 "인위적으로 조장함이 없이 저절로 그러함"이다. 가령 깊은 산과 무성한 숲의 가운데에 어떤 하나의 난초가 있어서 하루종일 향기를 내뿜지만 그 난초 자신은 스스로 그것이 향기가 되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 바로 군자의 '자기를 위함'의 뜻에 맞는 것이다. 원문 君子之學(군자지학)은 爲己而已(위기이이)니라 所謂爲己者(소위위기자)는 卽張敬夫所謂無所爲而然也(즉장경부소위무소위이연야)니 如深山茂林之中(여심산무림지중)에 有一蘭艸(유일난초)하여 終日薰香(종일훈향)이로되 而不自知其爲香(이부자지기위향)이 正合於君子爲己之義(정합어군자위기지의)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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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과 무자기

자신이 가장 어려운 존재 후한의 양진은 청렴결백한 관리입니다. 일전에 동래 태수로 있을 때에 왕밀이란 자를 천거한 일이 있었는데, 그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밤중에 금 열 근을 가지고 양진을 찾아왔습니다. 금을 양진에게 바치면서 지금은 한밤중이라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안심하고 받으라 청합니다. 그러자 양진은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그대가 알고(爾知), 내가 아는데(我知)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냐며 단번에 거절합니다. 양진의 이러한 반응에 당황한 왕밀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며 돌아갔습니다. 밤이 깊어서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의 '모야무지(暮夜無知)'와 '양진사지(楊震四知)'라는 고사로, ≪후한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의 모습이 존재합니다. 남과 함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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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함과 사치함

검소함과 사치함 해석 검소하면 쓰는 것이 넉넉하고, 검소하면 구하는 것이 적으며, 검소하면 집안을 이룰 수 있고, 검소하면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으며, 검소하면 자손에게 성취한 것을 물려줄 수 있다. 사치하면 쓰는 것이 넉넉하지 못하고, 사치하면 구하기를 탐하게 되며, 사치하면 집안을 망치게 되고, 사치하면 하찮은 존재로 떨어지게 되며, 사치하면 자손을 훈육할 수 없다. 이해가 상반됨이 이와 같다. 원문 서유구, ≪임원경제지≫ 儉則足用, 儉則寡求, 儉則可以成家, 儉則可以立身, 儉則可以傳子孫. 奢則用不給, 奢則貪求, 奢則破家, 奢則揜身, 奢則不可以訓子孫. 利害相反, 如此. 해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절약을 생활화, 습관화해야 한다고 배워 왔습니다. TV 예능에서도 모 연예인들의 짠돌이성(?) 절약 정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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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욕망으로 쩐 세상

돈, 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가질 수는 없는 것 진나라 왕연은 고상한 인품을 지닌 인물입니다. 재능이 뛰어나 요직을 두루 거치고 용모도 출중하였으며, 세속의 속된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돈'을 가장 속된 것으로 치부하여 돈이라는 말은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왕연의 입에서 돈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도록 시험하고자 여종을 시켜서 그가 잠든 사이에 동전을 침상 주변에 가득 쌓아놓게 하였습니다. 다음날 잠에서 깬 왕연은 침상 주변에 가득한 동전들을 가리키면서 "거각아도물"이라고 외쳤습니다. 이 말은 "이것들을 모두 집어치워라"라는 의미로, 이때 '아도(阿堵)'는 당시의 속어로 '이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후로 '이 물건'을 의미하는 '아도물'이 돈의 별칭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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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犬公)의 충성

충견(忠犬)과 주구(走狗)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보면 전라도 남원에 사는 김개인이란 사람은 개를 몹시 사랑한 인물입니다. 하루는 그가 술에 취하여 길에서 잠이 들고 말았는데, 갑자기 들불이 번지면서 주인이 위험에 처하자 개는 몸에 물을 젹서서 주인을 살린 뒤 죽고 말았습니다. 술이 깨어 자초지종을 알게 된 주인은 개를 좋은 곳에 묻어주었는데, 그곳에서 나무가 자라나 후에 그 지역을 오수(獒樹)라고 명하였습니다. 현재 전북 임실에 있는 오수역을 배경으로 전해지는 충견(忠犬)의 이야기입니다. 반면 ≪사기≫에는 제나라 책사인 괴통이라는 신하가 나오는데, 그는 왕 한신에게 한나라를 배반하고 천하를 삼분(三分)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모반을 꾀한 괴통을 삶아 죽이려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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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고수

자만을 경계하라 중국 주나라의 선왕은 닭싸움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왕은 당대 최고의 투계 조련사인 기성자에게 싸움닭의 조련을 부탁합니다. 열흘 정도가 지난 뒤 왕은 닭이 잘 훈련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러자 기성자는 닭이 아직 허세를 부리고 교만하여 자신의 기운만을 믿고 있다고 말하였고, 열흘이 지나자 왕은 다시 물었습니다. 이에 기성자는 아직도 다른 닭을 노려보고 공격적이라서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낸다고 답합니다. 조련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기성자는 만족함을 보이며 왕에게 닭을 바치며 말합니다. 이제는 다른 닭들이 싸움을 걸거나 울어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마치 나무로 만든 닭과 같이 완전한 덕을 갖추었다[木鷄之德]는 것입니다. ≪장자≫, 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목계지덕'이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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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추정>

가을 농촌의 한가로운 정경 해설 가을 마당(김정희) 노인은 기장 멍석을 지켜보고 있는데 집안 가득 가을 햇볕이 밝구나 닭은 풀벌레를 뒤쫓아가서 국화꽃 깊은 곳에서 울어대네 원문 秋庭(추정), 金正喜(김정희) 老人看黍席(노인간서석) 滿屋秋陽明(만옥추양명) 鷄逐草蟲去(계축초충거) 菊花深處鳴(국화심처명) 글자풀이 -黍: 기장 -秋陽: 가을 햇볕 -鷄: 닭 -逐: 쫓다, 물리치다 -鳴: 울다 감상 작가인 김정희(1789-1856)는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서화가로, 추사와 완당의 호를 사용하는 학자입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추사체라는 서체를 완성하였고, 금석문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5언 절구의 이 시는 시간적 배경은 가을이고, 공간적 배경은 시골 농촌입니다.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멍석을 지키는 노인과 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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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禮), 존경과 정성을 표현하는 사람다움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지 사람이지 우리는 가끔씩 일상생활에서 '~답다'라는 표현을 듣습니다. '그것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징, 긍정적인 속성이 있다'라는 뜻을 더해 주는 이 말은 보통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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