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9년 서울시청에서 열린 마을변호사 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고, 시상식은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내 시선을 끈 것은 식이 끝난 뒤의 풍경이었다. 둥근 테이블에 손님들이 7~8명씩 둘러앉아 있었고,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서로 눈이 마주쳐도 고개를 끄덕이는 간단한 목례조차 없었고, 어떤 이가 눈을 맞추려 할 때마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자리에서 내가 말을 나눈 이는 단 세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스마트폰 화면에 몰두해 있었다. 다른 테이블도 다를 바 없었다. 이 현상은 단지 그 자리의 특수한 풍경일 뿐일까? 그렇지 않다. 연결의 역설 앞에서 스마트폰 과의존은 과도한 이용으로 의존성이 커지고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며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 결과적으로 피해는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SNS로 수백 명과 연결되어 있어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인사를 나누지 못하는 일상이 일상이 된다.
한국 청소년 가운데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30%에 달하며, 2024년 기준 국내 이용자의 22.9%가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 기기 안의 세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기기 밖의 현실, 즉 눈앞의 사람에게는 점점 무관심해지는 현상은 이제 개인의 습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인 나에게도 이 현상은 더 날카롭게 다가왔다. 마을변호사의 본질은 시민의 법률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하는 데 있다. 사람과의 접촉이 업의 핵심인 이 직군이 낯선 동료 앞에서 스마트폰을 방패 삼아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는 점은 단순한 예의 문제를 넘어, 법조계의 미래를 직시하게 만든다.
판례 검색이나 계약서 검토, 소송 절차 보조 같은 업무가 이미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 시대에 다가오고 있다. 세계의 리걸테크 시장은 2026년 약 141조 원 규모로 시작해 203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27%를 넘겨 약 215조 원 규모로 확장될 전망이다. 이 흐름 속에서 업계에서 자주 들리는 말은 “AI가 변호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쓰는 변호사가 그렇지 않은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바로 ‘사람다운 소통’이다. 문서 검토와 판례 분석은 이미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한다. 남는 것은 법정에서의 구두변론, 의뢰인의 복잡한 사정을 경청하고 신뢰를 쌓는 능력, 상황을 읽고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임기응변의 역량이다. 이것은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사람 앞에서 단련된다. 그날 기념식장의 풍경은 어쩌면 법조계가 스스로 경계해야 할 미래를 미리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원문 링크 : 스마트폰 너머의 공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