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변호사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법정에서 이길 때가 아니라 일상의 조용한 순간들 속에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먼저 남들의 나쁜 일을 미리 안다는 점이다. 책상 위에 쌓인 사기, 배신, 횡령, 폭력 같은 분쟁들을 보며 어떤 계약이 위험한지 어떤 관계가 결국 분쟁으로 번지는지 어떤 말이 증거가 되는지를 예전보다 빨리 직감한다. 남이 당한 뒤 배우는 것을 미리 알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고통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타인의 고통을 다루다 보니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돈되고, 슬픔이나 분노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며 조금 더 냉정하게 판단에 집중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세 번째로 삶에 대한 기대치가 현실화된다. 관계의 파국과 사업의 실패, 가족 간의 법적 다툼을 직시하며 기대가 무모하게 높아지지 않게 된다. 기대를 낮추기보단 현실 기반의 기대를 가지게 되며, 세상사에서 이익에 따라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은 쉽게 낙담하지 않는다. 네 번째로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법률 상담은 원칙상 유료이지만, 가까운 사람이 황망한 상황에서 무엇을 먼저 챙겨야 하는지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조용히 알려줄 수 있다는 보람이 있다. 다섯 번째로 사회의 법적 토대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보이지 않는 법의 뼈대 위에 서 있으며 계약 소유권 책임 권리 같은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법 조문을 아는 것 이상이다. 규칙 아래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갈등을 빚는지 입체적으로 보게 되며,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이것이 내가 법학과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큰 욕심 없이 세상의 구조를 알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여섯 번째로 내 자신에게 악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호사도 사람이라 억울한 일을 겪고 예기치 못한 분쟁에 휘말리지만, 증거를 남길 곳과 이의를 제기할 방법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인지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지식이 평정심을 만든다는 것을 이 직업이 가르쳐 주는 바다. 요즘 주변에서 분쟁 소식을 듣게 되지만, 나는 매일 그런 일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어둠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삶이지만, 그것을 통해 오히려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이 준 뜻밖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