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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현판 소설 - 여우가 기다리는 식당 [힐링, 식당, 육아]

 육아 현판 소설 - 여우가 기다리는 식당 [힐링, 식당, 육아]

나는 모든 불행이 내 뒤를 바짝 쫓던 순간, 작은 백반집을 차려도 여전히 파리만 날리던 삶을 끝내고 한강변을 떠돌다가 허름한 점집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에서 무당은 문제의 크기를 단번에 짚어 주며 “창귀 수살귀 처녀귀신 박달귀신 이름 없는 잡귀신까지 온 한국 귀신이 다 붙어 있다”고 말한다. 부적을 건네주고 만 원을 달라는 그의 말에 나는 의심과 절망 속에서도 나의 사정, 월세와 식재료비가 모자란 현실을 떠올린다. 부적에 그려진 얼굴은 여우처럼 보였고, 점차 생겨나던 얼굴을 보자 나는 아기가 태어날 듯한 상상과 함께 상실의 고통을 잠시 잊는다.

식당으로 돌아와 부적을 바라보며 걱정과 기대가 교차한다. 그러다 예고도 없이 문이 열리자 네 살 정도의 아이가 들어오고, 아이는 나를 아빠라 부른다. 아이의 이름은 미호. 그는 배고프다고 말하고 나는 아이를 위해 밥을 차려 준다. 꿈속에서 만난 구미호는 나에게 미호가 우리의 아가이며 수백 년간 봉인돼 있던 존재임을 밝히고, 나와 미호 사이의 전생의 인연을 천천히 풀어 놓는다. 구미호는 제 마지막 정기를 모은 여우구슬을 내게 건네며 “가지고 계시면 분명 쓰일 곳이 있다”고 말하고, 나의 서방님 생이 여러 잡귀의 농간으로 괴로웠을 것을 이해한다.

나는 이 아이를 지키고 키우겠다고 다짐한다. 점집에서 본 무당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미호를 향한 내 책임은 더 크다. 구미호는 앞으로 나와 미호를 둘러싼 신들의 세계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며, 나는 식당을 다시 여는 과정에서 아이의 배고픔을 채우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전생의 인연으로 엮인 이 딸과 함께 여러 신들을 만나며 식당을 운영하는 이 힐링물은 내 일상의 불안을 다독이고,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