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로(GIRO) 제도를 통해 한국 지급결제의 뼈대를 이해하게 되었다. 지로는 현금을 직접 주고받지 않고 계좌이체로 자금이 순환한다는 뜻으로 출발했고, 한국은행의 정의에 따르면 금융기관 간의 자금 수납과 지급을 처리하는 간접 결제방식이다. 1970년대 초 현금 중심의 거래를 개선하고 공공요금과 대량 납부를 자동화하기 위해 독일식 GIRO를 벤치마크로 도입되었다. 이후 1980년대 지로망 확산으로 공공요금 납부에 본격 활용되었고 1990년대 자동이체와 대량이체 시스템이 추가되었으며 2000년대 이후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연동과 지로번호 전산화가 이루어졌다. 2020년대에는 전자지로(e-GIRO) 서비스가 확장되며 API 기반 자동납부가 보급되었다.
지로의 구조는 한국은행이 총괄하고 금융결제원(KFTC가 운영한다는 점에서 핵심이다. 납부자는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납부은행이 자금을 인출해 수납기관으로 보내면 금융결제원이 거래정보를 중계하고 자금은 최종적으로 은행 간에 상계된다. 이 흐름은 수백만 건의 납부를 매일 자동으로 처리하게 한다. 지로의 주요 참가자는 납부자, 납부은행, 수납기관, 금융결제원, 한국은행이다. 지로의 형태로는 수납지로, 지급지로, 자동이체가 존재하는데, 수납지로는 정기 납부를, 지급지는 대량 지급을, 자동이체는 사전 신청된 계좌에서 자동으로 출금하는 방식이다.
전자지로의 도입은 사용자 편의성과 연계성, 보안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온라인 납부가 가능하고 고지서도 전자화되며 기업 ERP와의 연계가 쉬워졌다. 효과로는 편의성과 수납기관의 업무 자동화, 비용 절감, 환경적 이점이 꼽히고, 장점으로는 전국 연계성과 안정성, 대량결제의 효율성, 보안성이 있다. 다만 실시간 결제의 제약, 은행별 양식 차이 같은 인터페이스의 불편, 간편결제나 QR 결제 등 신기술과의 경쟁, 해외 확장성의 한계가 있다.
해외 시스템과 비교하자면 유럽형 GIRO는 SEPA와 연동되는 반면, 일본은 우편저금은행 중심의 거래였다. 한국은 공공요금 중심의 지로를 운영하다가 전자화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이뤄낸 편이다. 디지털 전환 속에서 지로의 미래는 간편결제 연계, API 기반 자동납부 확대, 블록체인 기반 CBDC 연구를 통한 실시간 결제 가능성 탐색으로 나아가고 있다. 결국 지로는 1977년 도입 이래 한국 지급결제 인프라의 뿌리로 남아 있으며, 전자결제의 다양성 속에서도 공공요금·기업 간 대금·자동이체 등 핵심 영역에서 여전히 중추적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