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느닷없이 심부름을 시키는 어머니의 조심스러운 부탁으로 시작한다. 대구로 내려가야 할 상황에서 동생이 깔아준 고속버스 앱이 잘 안 된다며 도움을 구했고, 떨리는 목소리는 암진단 후 혼자 수술을 받으러 간다는 듯한 위태로움을 담고 있었다. 어머니의 일정은 부산 나들이로 이미 정해져 있었고, 시어른의 간병으로 힘겨웠던 한 해를 보낸 뒤에도 잊지 못할 부탁이었다. 외할머니의 건강도 매일 달라졌고, 파킨슨과 연하장애로 기억이 흐려지며 어머니의 마음은 준비와 불안을 오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외할머니가 하루를 견딘 소식을 들려주었고, 부산여행 표를 끊어드리려 하다 다시 취소를 요청받는다. 안정된 듯 보이면서도 곧장 가시는 중이라는 목소리와 먹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번갈아 들려 온다. 이별의 거리는 단순한 거리감이 아니라 오래 전 자매를 지켜보던 외할머니의 끊임없는 중얼거림을 떠올리게 한다.
가정의 단절과 기억의 흔적들이 교차한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정을 나누는 사이이지만 서로의 상처가 얽히고, 할아버지의 돈독했던 마음과 할머니의 독립적인 삶이 남긴 흔적은 현재의 선택을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남겨진 기록은 짧지 않으며, 밥상과 음식의 기억, 겨울의 간식, 집앞의 여름나들이 등 구체적인 순간들이 차곡차곡 떠오른다. 이로 인해 이별의 의미 역시 단정적으로 규정되기보다 깊은 회상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장례와 간호의 교차 속에서, 방문간호와 가족 간의 역할 분담이 급박하게 다가온다. 시아버지의 간호일이 겹치고, 형제들은 각자의 사정을 안고 있다. 의학정보는 한 사람만이 알고 있으며, 강압적 간호사와 거짓말이 오가던 상황이 남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한정된 자원과 선택의 문제로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선택은 후자로 기울었다. 떠나가는 날의 무게는 아무리 외부인이 아닌 척해도 가벼울 수 없고, 석가모니의 유언이 다잡는 데 작은 도움을 준다.
원문 링크 : 엄마는 늘 딸을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