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간촐한 여행짐으로 생활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풀소유의 삶을 반성하며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 여름의 정리 대상은 바로 책장이다. 옷장은 분기별로 솎아내지만 책장은 취향과 미련이 먼지와 함께 쌓여 한꺼번에 정리해보려는 마음이 컸다. 양천구의 모아드림 무게로 헌책방을 찾은 이유도 이 책정리 욕구에서 출발했다. 구로구에서 버스 몇 정거장 더 가면 닿는 곳으로, 세트 낱개 구매불가와 책은 꼭 제자리에라는 안내문이 사장님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공간이었다.
무게로 달아 매입하는 방식은 모아드림의 특징이었다. 오래된 책이나 밑줄이 있는 책은 매입이 쉽지 않겠지만, 출판년도가 오래된 자격증 서적이나 상태가 양호한 최근 도서는 의외로 잘 팔려나갔다. 1kg당 3000원인 일반책, 1kg당 1500원인 가치가 낮은 책 등 가격표가 선명했다. 특히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재밌었던 책들이 앞전에 잘 보이고, 연애세포가 다시 살아날 만한 구간도 저렴하게 구매될 때가 많았다. 신작이 나오면 반드시 챙겨보는 작가의 책이나 외국 원서도 눈에 띄었다.
사장님의 책 분류 방식은 놀라울 만큼 체계적이었다. 각 서가의 안내도와 저자별 재분류는 물론, 밑에 QR코드를 붙여 무게로 헌책방 블로그에 연결해 검색할 수 있게 해두었다. 다양한 카테고리 속에서도 하와이 관련 책이나 여행 관련 핸디북 등 눈에 띄는 아이템이 생겨 즐거웠다. 장르도 로맨스, 만화, 비매품 코너까지 다양했고, 19금 루비 코믹스가 한 칸 가득한 코너도 있었다. 가사의 자작곡이 매장 분위기를 더해주는 음악 역시 이곳의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매입가를 계산한 뒤 남는 책들도 많았다. 1kg에 3000원짜리 일반책 다섯 권과 영어 원서 한 권을 골라 8000원가량의 합산이 나왔고, 무게를 줄여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간도 많이 확보됐다. 방문 시 물티슈나 장갑, 마스크를 준비하면 쾌적하게 구경할 수 있고, 전산화되지 않은 점은 검색하는 이들에게는 불편하지만, 보물찾기 같은 브라우징의 즐거움은 큰 강점이었다. 책 분류의 노하우와 음악, 매입 판매 방식까지 운영자의 개성이 녹아 있어 구로구에서 가까운 헌책방으로서의 매력이 뚜렷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방문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책과의 작은 재회로 남았다. 대다수의 책은 상태가 양호하지 않지만, 반가운 제목과 오래된 책들이 다수 존재했고, 저울에 올려 보며 저렴하게 구매하는 재미가 있었다. 책장을 정리하고 남은 것은 앞으로도 필요하거나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이었다. 지점의 분위기와 사장의 친절함 덕분에 다음 방문도 기대하게 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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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양천구 모아드림 무게로 헌책방 - 책정리하고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