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앉아 있는 고풍스러운 화장대 거울 뒤로 내 모습이 보인다. 하늘거리는 소라색 린넨셔츠를 입고, 팔짱을 낀 내 포즈가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너와 눈이 마주쳤다.
"너 거기서 뭐하는 거니?" 넌 풋.하고 코웃음 쳤다.
웃지 마라. 정이 든단 말이지.
정성 들여 무언가 알 수 없는 액체들을 펴 바르는 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집중하고 있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는 몰랐는데, 그때부터인가 난 저 열 손가락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내 손가락으로 니 얼굴을 마음껏 어루만질 수 있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교환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넌 정해진 순서대로 지체없이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
manucmg, 출처 Unsplash "바쁘지 않으니까 천천히 해도 돼" 넌 거울 너머로 나를 쳐다보더니 '당연하다.'는 눈빛을 쏘아주고는 다시금 집중하기 시작한다.
눈가에 주름이 늘었다고 투덜거리면서 손가락 끝으로 얼굴 여기저기를 두드리더니 목부터 턱선까지 거꾸로 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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