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형외과 전문의 류창현입니다.
딸랑. 오후 4시, 하루 중 그림자가 가장 길어지는 시간.
진료실 문에 달린 종이 힘없이 울립니다. 들어오는 남자의 어깨 위에는 마치 젖은 솜이불이라도 얹혀 있는 것 같습니다.
구겨진 셔츠 깃, 퀭하게 들어간 눈, 그리고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그의 한 손에 들려있는 검은 비닐봉지입니다. 봉지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편의점에서 2+1 행사로 쓸어 담아 온, 샛노란 색깔의 '마시는 비타민' 병들입니다. "하아...
선생님." 그는 의자에 앉기도 전에 땅이 꺼질 듯한 한숨부터 내뱉습니다.
"저 진짜 억울해서 왔어요. 남들은 비타민 하나만 먹어도 눈이 번쩍 뜨인다던데, 저는 왜 이걸 물처럼 마셔대도 시체처럼 무기력할까요?
아침에 알람 소리 듣는 게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워요. 혹시 간이 다 망가진 건 아닐까요?"
김 과장님이라 불리는 이 40대 가장의 눈 밑은 거무죽죽하고, 입술은 바짝 말라 터져 있습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비닐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