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형외과 전문의 류창현입니다.
밤 7시, 차가운 저녁 바람을 달고 진료실 미닫이문이 열립니다. 퇴근길에 황급히 들른 듯,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40대 워킹맘 박 과장님의 양손에는 약국 이름이 적힌 커다란 비닐봉지가 무겁게 들려 있습니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그녀는 짐을 내려놓자마자 아랫배를 움켜쥐며 마른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반투명한 봉지 사이로 아이들을 먹일 비싼 초유 영양제와 어린이용 프리미엄 유산균 박스들이 언뜻언뜻 보였습니다.
"원장님, 저 요새 물만 마셔도 체하고, 일주일이 멀다 하고 장염에 걸려요. 게다가 밤만 되면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숨을 못 쉬겠어요.
우리 애들 장 튼튼해지라고 비싼 영양제는 종류별로 다 대령하는데... 정작 제 몸뚱이는 왜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썩어 문드러지는 걸까요?
나이 탓인가 봐요. 참 한심하죠."
자책하듯 씁쓸하게 웃는 박 과장님의 퀭한 두 눈. 저는 그녀의 발치에 놓인, 그 무겁고 값비싼 '엄마의 영수증'을 가만히 내려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