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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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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8장 주명서 죽란은 집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이었다. 상자 앞으로 걸어가 보니 한 상자 가득 천이 들어 있었다.

절반은 가는 면포였고 나머지 절반은 몇 가지 비단 천이 가지런히 접혀 있었다. 꽉 채워진 천은 온 가족이 각각 두세 벌씩은 만들어 입어도 충분할 분량이었다.

“왜 이렇게 많이 샀어?” “남쪽은 무늬 유행이 빨리 지나가고, 설 전에 포장 재고 정리를 하다 보니 천이 많이 싸졌어.

우리 집 식구가 많으니 조금 많이 샀지.” 주서인은 아쉽다는 듯 또 말했다.

“우리 집은 농가라 내가 동생이 된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어. 많은 천을 다 입을 수가 없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너에게 값비싼 천으로 옷을 만들어 주겠어.” 죽란은 다시 한번 옛날 일을 투덜거렸다.

입는 옷 천에도 규정이 있었다. 죽란은 먹과 붓, 책, 그리고 차가 들어 있는 상자도 보았다.

그녀는 먹에 대해 겨우 피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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