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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김보영 <역병의 바다>

 109. 김보영 <역병의 바다>

전염병으로 격리된 사람들, 무력함의 공포 속에서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상대는 누구인가. 새벽녘의 청량리역.

경호원 무영은 엄마보다 자기가 더 좋다는 사랑스러운 조카와 동해로 떠나는 기차를 기다린다. 그러나 출발 직전 재난문자가 울리고, 대합실 TV엔 아침 토크쇼 대신 철썩이는 동해 바다와 함께 속보 자막이 다급하게 흐른다.

“동해안 해원항 10킬로미터 지점 강도 6.2 지진 / 해저화산 분출 가능성.” 때마침 도착한 강릉행 기차.

사람들은 수군거리면서도 관성적으로 기차에 오른다. 이상한 일이지만 평온한 승강강, 기차는 얌전히 레일 위에 기다리고 있다.

무영은 이 순간이 너무나 또렷해 잊히지 않는다. “현아… 무슨 일 났나 봐.

다음 차 타자.” 이 말 한마디만 했었더라면.

이제 무영은 매일 밤 고통 속에서 새벽의 청량리역을 생각한다. 삼 년 후, 새벽녘의 동해안 해원마을.

무영은 서늘한 달빛이 스며드는 산중턱의 버려진 폐가에 들어선다. 군용 나이프를 허리에 차고 ‘…어쩌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