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증과 악취 때문에 고생하는 건설회사 직원 이슬. 생리통이 심할 땐 자궁을 뜯어내 반으로 갈라 햇볕에 산뜻하게 말리는 상상을 하곤 한다.
걱정해주는 남자 친구에게도 창피하고 우울한 마음이 들어 슬은 어느 날 질정제를 주문하고 출근 전부터 찬 바닥에 누워 약을 넣는다. 그날은 1935년 일제 강점기에 설계된 서울의 유명 백화점 건물 보수 문제로 중요한 미팅이 있다.
슬이 맡은 일은 공교롭게도 이 백화점의 악취를 잡는 것. 주얼리와 백이 전시된 1층 부티크 매장 아래에서 익숙한 악취가 올라오고, 슬은 바닥을 뜯어보기 전 1935년에 작성된 건축 문서를 빼돌려 살피기 시작한다.
부서질 듯 낡은 문서에는 역시나 악취에 대한 보고가 들어 있다. 그리고 바닥 아래 무언가를 보고 실성한 사람들에 대한 짧은 기록과 수수께끼 같은 말 “빈오재”가 반복되는데.
자궁을 꺼내 뽀송하게 말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건물 공사라면 다르다. 슬은 어딘가 자신의 문제와 비슷한 이 건물을 파헤쳐보고 싶다.
그곳의 지...
원문 링크 : 114. 이서영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