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걷는다는 건 길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풍경과 사람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다. 자연은 늘 말을 걸어오지만 그 소리를 들으려면 사람 쪽에서 먼저 속도를 낮춰야 한다.
삶이 복잡해질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분명해진다. 노을이 내려앉은 숲, 바람에는 백향목 향이 묻어 있고 캠핑장은 하루의 끝을 담담하게 맞이하고 있다.
불 앞에는 여러 계절을 함께 지나온 사람들이 말없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같은 시간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편안한 얼굴들.
숲길 끝에서 나는 잠시 걸음을 늦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더 빨리 갈 이유가 없다는 걸 자연이 먼저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때, 늘 비슷한 속도로 걸어왔던 한 사람이 이쪽을 향해 성큼 다가온다. 손을 들어 반가움을 전하는 모습.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보는 인사에 자연스러운 웃음이 먼저 번진다. 함께 걷던 시간이 쌓여서 가능한 편안한 거리감이다.
걷다 보면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