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있는 너, 없는 너 너, 나 사이 빌딩이 서 있고 호칭과 격식이 서 있고 말 하는 네가 있고, 말 못 하는 네가 있고, 눈 온다 알몸의 플라타너스가 길에 서 있고 앞집 담이 들고양이를 내려놓는, 너와 나의 거리들을 당기며 눈 온다 어렴풋이 닿는 손가락 같은 너, 꽃이 온다 말이 온다, 따스한 눈이 온다 다족류들아 사랑한다, 파충류야 사랑한다 흰 눈이 쌓이는 날은 바퀴벌레야 너도 사랑한다, 눈 온다 보이지 않는 너와 보이는 나 사이가 밝아진다 사랑한다, 눈 온다 가볍고 따스한 손들 내린다 내 머리와 내 어깨를 다독이며 가슴에 가슴을 포개면서, 눈 온다 저, 천지에 꽃잎 같은 하얀 발자국들 스르르 잠이 온다 내 꿈으로 맨발의 손님들 온다 고요한 너와 나 사이를 불사른다, 눈 온다 온 겨울을 불태워 흰 숯으로 만드는 사랑 온다, 눈 온다...
원문 링크 : 눈 온다, 사랑한다 (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