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비시네마에서 본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는 감독의 명성에 기대가 모아진 만큼 시작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여전히 영화계의 거장이자 다양한 장르를 넘어선 연출력으로 주목받아왔고, 이번에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한다는 SF로 돌아왔다. 제목이 암시하듯 세기의 비밀을 밝히고 공표한다는 서사를 예고편에서 확실히 보여주었기에, 예고편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놀랍고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릴 것이라 기대되었다.
그러나 영화는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 외계인 존재를 둘러싼 비밀은 이미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거듭 노출된 사실로, 긴장감을 이끄는 핵심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세계가 수십 년간 감춰온 진실이 외계인 존재라는 점은 납득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지 못한다. 오히려 인간의 인권 호소를 강조하는 흐름이 과도해 보이며, 우월감을 드러내는 자선과 NGO의 설정은 이야기에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
주인공은 비밀의 실체를 제시하는 역할이지만, 서사는 그리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결과만 암시하는 방식에 머문다. 마치 계시록의 예언처럼 전개가 과정 없이 결과로 흘러가며,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긴장과 몰입의 흐름이 약하다. 영화는 거대한 프리퀄처럼 느껴지지만, 본론으로 들어가기보다 서론에 머무르는 느낌이 강하다. 충분히 다가올 수 있는 범우주적 위협이 다루어지지만, 그것의 파국적 모습은 확실한 결말로 제시되지 않는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영화를 접한 관객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설정과 비교가 이루어진다. 외계인 존재 자체가 낡은 충격으로 여겨지며, 초반의 존재감이 곧바로 작품의 힘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로 인해 초반의 호기심은 점차 잦아들고,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힘은 약해진다. 영화의 매력으로 남아 있는 것은 스필버그의 과거작들이 남긴 여운과, 컨택트류의 상징적 장면들에 대한 회상뿐이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오리지널 티켓의 존재감처럼 독특한 연출 의도를 지녔으나, 결국 거대한 허풍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더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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