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낙찰 후 가장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보증금 다 받는 선순위 임차인인데, 이사비를 꼭 줘야 하나요?"
책 몇 권 읽은 이들은 "법대로 하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수천 건의 현장을 거치며 제가 배운 정답은 다릅니다.
명도는 법전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와 '사람의 마음'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서류상 완벽해 보이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 물건을 마주했습니다.
배당요구까지 마친 깔끔한 건이었죠. 그런데 법원 문건 구석에 적힌 번호 하나가 제 촉을 건드렸습니다.
임차인의 번호 대신 적힌 법무사 사무실의 연락처. 그리고 그 법무사가 이 사건 채무자의 대리인이었다는 사실.
지독한 '구린내'가 났습니다. 그날 밤, 저는 가장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 '기다림의 기술'을 발휘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몇 시간을 죽이고 있었을까요. 마침내 나타난 임차인의 옆에는 이 집의 채무자가 너무나 익숙한 모습으로 함께 서 있었습니다.
법전에는 '임차인'이라 적혀 있었지만, 현장에서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