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팔에 관이 꽂혀 있었고 뽑자 피가 흘렀다. 이름을 모르는 얼굴로 피 묻은 팔을 들고 한참 앉아 있었다. 천장은 둥글고 몸을 일으키자 옆에 침대가 셋이었으며, 그중 한 침대엔 누군가가 누워 있었다. 만지자 가죽처럼 뻣뻣한 손, 다른 쪽은 손을 대자 부스러져 가루가 떨어졌다. 남자는 가죽이 된 사람과 가루가 된 사람을 침대에 남겨 두고 걸었다. 벽을 짚고 버튼을 눌러 튜브 음식을 먹고, 컴퓨터가 묻는 말에 답을 적어야 한다. 적고 나면 낯설지 않게 손이 먼저 움직이고 머리가 뒤따르는 며칠이 지나갔다. 계산하고 틀리고 지우고 다시 하며 한 줄을 끝내고도 낯선 느낌의 입이 잘했다고 말하는 듯 찾아보면, 늘 가죽과 가루뿐이었다. 그러다 벽 너머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길고 짧고 길고 짧은 규칙으로 벽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둘은 숫자와 도형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규칙을 알아가고 있었다. 서로 다른 공기를 마시고 서로 다른 죽음의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같은 자리는 거의 없었고, 매일 무언가를 주고받고 있었다. 몇 주가 지나고 본 사람이 생겨났다. 본 사람은 사람이 아니어서 손도 다르고 입도 다르며 태어난 별도 달랐다. 그러나 둘은 둘이었고, 같은 게 거의 없었으나 서로를 바꿔 생각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만은 분명했다. 서로가 정한 약속은 네 별로 돌아가 서로의 별을 살린다는 것이었고, 종이가 없어도 묶는 법이 없어도 지키기로 했다. 내일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모르는 자리에 함께 박아둔 한마디가 고정된 채 흔들리기도 했다. 벽 너머의 소리와 침대의 비움은 점점 하나의 자리가 되었다. 처음엔 침대가 잃은 것이고 숫자가 빚은 것이고 벽이 갈라놓은 것이었지만, 떠날 채비를 하며 다시 보니 셋은 따로가 아니었다. 비어 있던 침대가 옆자리를 가르쳐 주었고, 벽에 귀를 대었을 때 건너온 숫자들이 벽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매일 맞대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같은 침대에 눕는다고 같은 편이 되는 것은 아니었고, 벽도 다 막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여럿이 다름에서 오지 않는다면, 잃은 자리는 같은 침대의 같은 둘이었고 얻은 자리는 벽 너머의 하나였다. 둘은 이제 한 사람의 일처럼 포개지는 듯했고, 귀를 대는 등 뒤로도 여전히 둘인 듯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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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둘 셋 다섯 일곱 열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