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경제는 지정학적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마비 상태에 가깝다. 주식 시장은 흔들리고 각종 경제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이 오히려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는 금값이 올라야 한다는 상식과 어긋나는 현상이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걸까.
일반적으로 금값의 변동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는 순수한 실물 자산이기에 금값은 금리와 달러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경제적·정치적 불안이 커지고 물가가 크게 상승하며 금리가 낮아질 때 금값은 상승한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변하지 않는 실물 자산인 금의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금리가 오르며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금값은 하락한다. 은행 예금이나 채권의 매력이 금보다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 금값이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첫째, 시장의 극심한 현금 확보 수요 때문이다. 경제가 완전히 마비될 위기에 처하면 투자자들은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이때 주식, 채권, 심지어 안전자산인 금까지 모두 팔아치우고 달러를 손에 쥐려는 투매 현상이 일어난다. 다른 위험 자산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꾸기 위해 현금화가 쉽고 가치가 방어되던 금을 먼저 내다 파는 것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에도 유동성 경색으로 금값이 일시적으로 급락했던 이치다. 둘째,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와 고금리 유지 가능성이다.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물가를 잡아야 하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섣불리 내리기 어려워 계속 높게 유지해야 한다. 고금리는 달러의 강세를 이끌고 국제 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금의 가격을 억누른다.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는 금을 들고 불안해하느니 높은 이자를 주는 달러 현금이나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쪽이 더 합리적이다. 결국 지정학적 위기라는 안전자산 선호 호재보다 고금리와 강달러라는 악재가 자산 시장을 더 크게 지배하는 상황이다.
향후 금값의 방향성은 어떻게 전개될까. 단기적으로는 가격 하락세나 변동성이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 지정학적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고, 현금 확보 심리와 강달러 기조가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유동성 위기와 극도의 공포 심리가 어느 정도 진정되기 전까지는 금값도 계속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큰 폭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고유가와 고금리 상태가 지속되면 실물 경제가 이를 버티지 못하고 침체에 빠지다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온다면 상황은 반전된다. 금리가 내려가고 강달러의 기조가 약화될 때 억눌려 있던 금값이 반등하며 인플레이션 방어 매력과 안전자산으로서의 희소성이 부각된다. 따라서 지금의 가격 하락은 일시적일 수 있다. 이번엔 금리 동결을 선언했지만 올해 안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관측도 있다. 이렇듯 금값은 여러 변수에 의해 변동되므로 지속적으로 상황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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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국제유가 폭등, 지정학적 위기인데 금값은 왜 떨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