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에 묶인 은줄이 빛난다 엄마는 태어나자마자 나에게 새장을 입혔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트램펄린 밤 흰 오로라처럼 사라지는 토끼 모양 그림자 트램펄린 밤 속으로 나는 튀어 오른다 누가언제왜어떻게어디서무엇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얼굴과 마주 보고 튀어 오른다 우리 엄마를 낳아서 소녀로 기르고 시집보내고 나를 낳게 하고 이제 할머니를 만들어서 병들어 눕게 한 달빛이 은줄 위에 빛난다 나와봐! 나와봐!
네 면상을 치고 말 테다 나는 달을 향해 두 손을 뻗는다 우리 엄마는 호스피스에 두고 나는 트램펄린 춤 엄마는 보러 가지 않고 달을 무찌르는 춤 내 춤은 추면서 베는 춤이야 쿵쿵 큰 소리 나는 춤 트램펄린 밤 트램펄린 산 트램펄린 숲 푹푹 토끼 그림자 늪 속으로 빠지는 밤 저들과 싸울 거야 저들을 벨 거야 저 산을 유혹할 거야 이것 봐 이것 마셔봐 한여름의 장마 주스 더위 끝 태풍 스쿼시 저 숲에게 권할 거야 이것 봐 이것 마셔봐 숲에 사는 거인을 유혹하기 위한 찬바람 도는 가을비 배합 과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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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詩] 바닥이 바닥이 아니야 / 『날개 환상통』, 김혜순